그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우리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

인간의 고통에서 솟아나오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생각과 사색을 가져오는 세월에서

 - 윌리엄 워즈워스- (206p)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사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내일을 계획하지만, 죽음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얼마만큼이나 갖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예측지도 못한 죽음이 목전으로 오게 된다면, 과연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아주 가끔씩 생각에 잠겨보다가도 막연하기만 하고, 도저히 실감히 나지 않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함에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우리보다 조금 더 먼저 가게 된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등대의 불빛’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호스피스 ’로이히트 포이어’. 이곳은 더이상 물리적인 치료가 불가능하여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요리사 루프레히트. 그는 꽤나 실력있는 요리사이지만,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음식을 내어 놓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기 이전 호스피스에 입주한 사람들과 먼저 소통을 하려하고, 편안함을 주기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잘 하는 음식이 아닌, 그들이 진정 원하는 음식을 찾아내어 몇번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최대한 그들이 원하는 음식과 흡사하게 담아내려 한다.

 

그가 만든 음식,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몸이 너무나 아플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그 음식을 먹으면 아픈것이 싹 가셔갈 것만 같은 느낌까지 들면서 말이다. 나에게 그 음식은 음식이기 전에 행복했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호스피스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들이 원하는 음식은 거창하고 맛깔나는 음식이 아니라, 추억과 기억이 담긴 그때 그 시간인 것이다.

 

무엇이 먹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하는 것.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음식 하나로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 행복했던 추억과 기억을 자극할 수 있다면...그리고 그 순간 모든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호스피스에 촛불 하나가 켜지면 한명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이다. 촛불을 보며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호스피스라는 공간은 독자인 나에게도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두가지를 늘 가슴에 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히 잠을 자고, 잘먹고 잘 걷고 하는 이런 평범한 것에 감사하자고 말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죽음을 목전에 둔 그들에게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 한끼의 식사를 때우기 위해 음식을 먹기보다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될 수 있는 한 가득 담으며 진정한 맛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죽음이 목전으로 다가왔을 때 과연 "마지막 식사, 어떤 음식을 먹겠습니까?" 에 대한 물음에 어떠한 답을 하게 될지....지금부터 그 답을 만들어 나가야 겠다.

내생의마지막저녁식사, 되르테쉬퍼,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