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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와 하산

얼마전에 속죄라는 소설을 읽었다.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속죄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어릴 적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하여 (속죄에서는 오해였지만) 내면적 갈등과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는 아미르.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라고 말하는 이런 하산이

아세프 일당에게 당할 때 아미르가 나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였다.

속으로 나와 나와 라고 외쳐 보면서 읽어 내려 갔지만, 결국 아미르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용기보다 두려움이 더 클 어린 나이였다. 꼭 어려서 이기보다 누구나 불의를 보고 당당히

앞에 서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미르는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이 간절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우리에게 한아이의 어릴적 치명적인 실수를 성장해가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 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며 전쟁의 잔재인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아미르.

그는 목숨을 걸고 노력하였고, 속죄하였다.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말하는 아미르.

마지막 엔딩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단지 미소에 불과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괜찮아 지지도 않았고, 어떤 것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저 작은 미소에 불과했다. 놀란 새가 날아오른 직후에 흔들리는 숲 속의 나뭇잎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그 미소를 양팔을 활짝 펴고 환영할 것이다. 봄이 오면 눈발이 하나씩 녹듯,

어쩌면 최초의 눈발이 녹는 것을 내가 목격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中』

봄이 오면 눈발이 하나씩 녹듯.....이 구절이 너무나 가슴 찡했다.

오늘도 난 바라다...바라다...

눈발이 하나씩 녹듯.....그렇게 그렇게.....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5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