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취향의 문제다.

 좋고 나쁘거나 완성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마법, 판타지를 잘 버무려서 청소년 이라는 독특한 시기를 이야기 한다는 작가의 스타일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일 뿐.  어떤 분야든 재미란 결코 모든 독자를 통틀어 섭렵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처음 절반까지는 잔잔하다 못해 너무 지루했고, 인내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과연 이야기는 언제 전개될것인가. 위기는 언제 찾아올것인가. 멋진 반전을 위한 복선을 어느 곳에 깔려있는 걸까. 사막처럼 펼쳐진 끝없는 모래사장을 앞만보고 걸으며 지루함을 달랠 한모금의 오아시스가 절실하게 떠올랐다. 후반부에 가서야 뭔가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 했으나 결국 예상한 결말로 마무리 됐을뿐. 처음부터 리버보이와 할아버지의 관계는 쉽게 예상된 것이었다. 그들의 교감과 서로의 의미가 지니는 어떤 깊은 뜻까지 파악할 순 없지만 어쩌면 강한 자극에 길들여져온 내게 너무나 맑은 소금 간의 국처럼 담담한 이야기였다.

 추상화 보다는 실체적인 구상화를, 곱씹어야 맛이나는 담백한 음식보다는 첫맛이 강한 자극적인 음식을 원하는 독자라면 더욱 이소설의 지극히 심심한 맛에 실망할 수 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알 수 없는 할아버지의 그림에 깊은 뜻이 담겨있고 겹겹이 칠해진 물감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안에 담긴 뜻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그런 작품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글쎄. 그들에겐 좋은 소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은 여기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것에서 안식을 찾아" 리버보이는 사람의 일생과 같은 강의 일생을 통해 죽음도 삶만큼이나 아름다울 수 있고 우리의 인생이 가진 가치와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무한한 꿈과 건강한 생각을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인, 청소년 추천도서로서는 제격인 작품이다. 단지 우리같은 어른들에겐 너무 올곧다는 점이 아쉬울 뿐. (사실 좀 삐뚤하게 보이는 모습이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지 않은가)

 ’리버보이’는 무엇보다 잔잔하고 자극이 없으며 예의바른 소설이다. 한 가정의 모범적인 부모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인 만큼 올바른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고 ’소녀와 할아버지’ 란는 현대에는 무너져가는 어떤 관계에 대해 친밀하고 따듯하게 그린점에서 볼때 분명 반듯한 청소년 도서가 맞다.

 이해 할 수 없는 건 이 소설을 찾는 독자가 어떻게 그렇게 많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해리포터를 어떻게 제쳤는지. 해리포터에 비해 박진감이 넘치지도, 흥미롭지도, 구성의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박'이란 거품은 어디서 나온걸까. 폭력과 외설로 얼룩진 다른 소설에 비해 맑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지루하고 잔잔한다는 단점을 이긴걸까. 이해 할 수 없는 영화가 대박났을 때처럼 당황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 점만 아니면 담담하게 말 잘듣는 학교의 모범생 같은 이소설을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며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