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묘사나 상황묘사가 좀 긴편. 그렇다고 지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묘사가 잘 어우러져 술술 읽혀 넘어가는 느낌이 강하다. 기막힌 스토리텔링보다 작은 상황묘사의 세세한 재미를 이끌어낸 스타일의 작품.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힘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뛰쳐나오는 인물들의 관계가 좀 어지럽기도 하다. 그래도 그들의 관계와 성격을 나름대로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점이 그럴듯 하다. 다소 복잡한 형식으로 시공간을 오가며 인물들 사이를 이어 가로지르는 방식. 그들이 결국 점점이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면 완성된다. 그 모든 이야기가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인트로 기법으로 서두에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작하고 마무리에서 정리하지만 중간에 그려지는 상황과 에피소드들에 묻혀 처음 시작의 의미는 왠지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완결구조를 택한 것이 안정적인 스토리 구성에 도움이 돼 보이긴 한다.

백화점이라는 흔하지 않은 공간을 소재로 삼았던 소설 몇가지가 문득 떠오른다. 정이현의 ’삼풍백화점’,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애현의 ’카리스마스탭’  그들의 소설과는 성향이 다르지만 어쨌건, 전형적인 칙릿의 소재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 백화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