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지만 어른스럽고 영악하지만 순수한소년. 인생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엉뚱한 소년같지만 실은 이미 인생과 삶에대해 몸을 다해 체험하고 느끼는소년.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모모. 왜 모모라는 소년의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한 시기를 이야기한 소설이 대중가요로 탄생하게 됐는지 알 것도 같다. 어릴적 흥얼거리던 노래의 배경이 된,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로맹가리가 쓴 '자기앞의 생'은 미워할 수 없는 독특하면서 사랑스럽고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간혹 마주칠 수 있는 조숙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의 특징이 그렇듯 삶을 배워나가고 느끼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방식의 이야기이며 어쩌면 수많은 성장소설의 기본형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좋은 작품이 그러하듯 이작품 역시 깊은 향을 풍기는 차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하고 잔잔하며 섬세한 맛을 우러낸다. 그러면서 되새길수록 그 향은 점점 더 진하게 우러난다. 오랜만에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작품을 읽게됐다.

비평가이자 불문학자인 김화영선생이 '가장 프랑스적인 감수성은 소소한 삶의 굴절과 결을 주목하며 그 아래에서 인간 본질의 문제를 제기하기때문' 이라고 말했고, 조경란은 '그들이 표현해 온 것은 고독하고 쓸쓸한 삶의 풍경이지만 결국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삶에대한 무한하고도 깊은 애정때문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프랑스소설에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렇다. 커다란 주제와 굵은 스토리라인에서 느껴지는 롤러코스터식의 이야기는 분명아니라는 것. 파격적인 위기, 절정, 결말은 없지만 그야말로 소소한 인간의 삶속에서 심리적 고뇌와 고통을 표현하고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것.

모모는 말한다.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 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라고.

모모는 철부지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노래에서처럼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그 말을 모모가 깨닫는 것이고 또 결국 독자에게 로맹가리가 하려는 말의 전부일 것이다.

두 가지 이름으로 산 로맹가리. 로맹가리는 자신의 이름에 붙은 결정적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고싶어했고 그가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대해 한 번도 과거자신으로 살아오지 못했던 지난 삶에 대해 싫증을 느꼈기때문. 그래서 그는 '내가 만들어 낸 나 자신의 탄생에대해 나는 완전히 환상에 빠져들었다' 고 말한다. 한 번의 삶. 하나의 이름도 벅찬 우리에겐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프랑스의 위대하고 특별한 작가중 한 사람임에 분명하고 어느정도는 의무감(?)을 가지고 이책을 읽었지만 언제나 가볍고 트랜디한 인스턴스식 현대소설과는 역시 다른 웰빙 고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