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기대는 버리고 편안한 의자에 반쯤 허리를 걸치고 비틀어 앉아 담채화를 감상하듯 마음을 가라앉히면 좋다. 지루하다거나 심심하다고 짜증을 낼 필요는 없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의 생활과  깊이있는 문체를 구사해 내는 문장력을 음미하면 된다.

 잔잔한 호수에 나뭇잎 하나가 간간히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느낌. 기괴한 소재나 반전의 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삶을 세심한 묘사로 표현하는 류의 소설. 높은 곳에 올라 먼곳을 넓게 바라보는 시점보다는 돋보기를 대고 우리의 주변을 살피며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작은 것들을 포착해내는, 그런 시점이 감상의 포인트다.

 다이나믹하고 숨가뿐 재미, 가슴조리는 위기의 순간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의 여러 베스트셀러에 익숙해져 있을지라도 때론 이렇게 가만가만 삶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조명하는 소설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마냥 흥미롭고 다채로운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 만은 아니니까.

 이제 좀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어차피 개인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 소설이 나의 취향이 아닌 것만은 부정 할 수 없다. 특히 나처럼 묘사보다는 스토리의 힘을 추종하는 사람에겐 사실, 읽는 내내 지루한 느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 맨밥에 마른 김도 입맛을 돋구는데 유용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예사롭지 않은 문장력, 상황묘사의 힘, 날카로운 심리묘사. 이런 장점이 없었다면 책을 읽는 의미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배울점이 많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취향이 틀린것과 장점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니까.

 어떤 류의 소설이든 무턱대고 손을 놀리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아무리 쉽게 인생을 이야기하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라인 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인정받고 널리 읽히는 소설은 인생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첨가와 복선과 인과관계를 필요로한다. 플롯이란 잘 짜여진  뼈대는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잔잔한 소설일 수록 그렇다. 발로 꾹꾹 눌러 다지듯이. 담담하게. 한 구절의 싯구를 위해 피를 토하는 고통을 요구하듯. 단순할 수록 더 어려운법이다.

  글은 작가의 영혼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다. 그것은 숨길 수 없는 진리. 그 사람의 모든 면은 글을 통해 드러난다. 할머니를 비아냥 거릴 때도 그렇지만 약간은 되바라진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의 거침없이 솔직한 묘사는 작가가 그만큰 꾸밈없이 현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잔잔하며 순수한 정서는 작가의 심성을 들어내 보이는 것이다. 여러 사회 현상적인 트랜드(이혼, 편모가정, 국제결혼, 고령화, 독거노인, 프리터, 비정규직 등)를 소설 속에 반영하고 투영시킬 수 있음 역시 작가의 폭넓은 시야를 말해준다.

’추억이 방울방울’ 과 같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순수한 애니메이션이 문득 떠오르는 소설. 푸르고 맑고 들판의 산들바람같이 억지스럽지않아 자연스러운 소설.

 결국은 두서없는 글의 결론 - 내 취향은 아니라 재미는 없었지만 훌륭한 작품이란 것은 인정함. 아쿠타 가와상 수상작임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