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를 소재로한 소설 두가지를 보았다. 김영하의 ’퀴즈쇼’ 와 비카스 스와루프의 ’Q&A’.

 김영하의 여러작품을 즐겨 보았지만 이번 두작품의 대결(?)에선 김영하의 완패-라고 말하고 싶다. 가끔 처녀작이 히트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가장 최근 '달을 먹다'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거머쥔 김진규씨가 생각난다. 첫 작품이라고 여겨지기 어려울 정도로 완숙한 문장과 수려한 문체로 문단을 놀라게 했던 그녀도 그녀지만 비카스 스와루프의 경우는 더욱 놀랍다. 자국을 놀라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세계(32개국이었나?)의 독자를 상대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으니. 책속의 주인공처럼 운이 좋았을까.  물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만한 이유와 가치는 분명 있다는 것을.

 '그때 그때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한 대가로 나는 이혼에 성공했다' 라고 고백한 김한길의 자전 소설집의 이 문장이 떠오른건 'Q&A' 의 처음시작 구절을 보았을 때이다. 물론 아무 관련은 없지만 비슷한 뉘앙스에서 문득 뭔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얼마나 흥미 진진한 서두인가.

 매우 흥미로운 소재가 탁월했고 그 소재를 백분 잘 살려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끌어낸 구성력이 뛰어났다. 작가는 실제로 티비에서 퀴즈쇼를 보며 이야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물론 부분 부분 맛배기로 깔아놓은 복선들의 결과가 눈에 살짝 보이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술래잡기를 할 때 절대로 찾지못하고 헤매기만 한다면 재미있겠는가. 사이 사이로 머리카락도 좀 보여야 더 흥미진진해 지는 법.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반전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감동을 더해주었다. 이야기와 이야기는 연계돼 있었으며 모든 사연엔 이유가 있었다. 시작에서 보여준 흥미로움은 독자를 재미의 세계로 오르락 내리락 하게 만들다가 가장 마지막 부분에가서 큰 한방을 날려준다. 그게 중요하다. 시작과 끝. 시작이 재미없으면 읽히질 않고 마지막에 희마리가 없으면 그 소설은 저평가를 받게 되는바. 조심 조심 아껴서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며 놀이코스를 지나다보면 어느새 번지점프같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익살과 해학과 유머의 감동은 가벼운 말장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탄탄한 구성안에서 상황을 센스있고 치밀하게 그려내는 안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인물이 살아 움직이면 작가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더라도  오히려 더 생동감있고 탄력적인 구조가 완성된다. 가장 좋은 소설은 주인공과 같이 호흡하며 감정이입이 손쉽게 될 수 있는 흡입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대중소설의 필수 요소이자 흥행반열에 오르는 지름길이다.

 최근에 읽은 여러소설들이 영화화 되기위한 진행을 추진중이었는데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영화화 하기위한 시나리오로서. 영화의 흥행은 또 다른 무언가의 변수가 있을테니 대박날지 아닐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이번엔 어떤 책을 골라야하나. 이번 소설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한동안 또 찾아낼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