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1’에 이어 2권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된다. 물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참신한 문체도 같이 진행된다. 1권에서 말했듯 처음에는 난해한 형식에 머뭇거리다가 순식간에 그 형식의 새로운 경험에 빠져드는 흡입력을 느끼게 된다.

 화자인 죽음의 신이 가는 곳엔 언제나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결국은 죽음이 그와 함께 존재한다. 몰힝의 힘멜거리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그것은 꽤 가까운 거리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외줄을 타듯.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유령같은 손을 내민다. 외줄 위에서 외태롭게 흔들리는 사람들을 향한 손짓이다.

 하지만 가장 어둡고 슬픈 검은 재앙의 거리에서도 결코 모든것을 까맣게 덮어 버릴 수 없는 것은 역시 인간의 양면성중 하나인 아름다운 심장의 고동소리. 가장 추악한 반면 가장 존엄하고 찬란한 인간의 따듯한 마음. 모든 것은 인간의 ’말’에서 시작되고 자라나고 끝마친다. 말은 나치를 만들고 소녀 리젤을 만든다.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살린다.

 죽음의 신은 말한다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싶다."  

 사실 죽음의 신은 피가 흐르지 않는 냉혈한 처럼 사건을 서술하지는 않는다. 물론 자신은 감성이 없고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긴 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할때, 그래서 자신이 그들을 거두어야만 할때는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심지어는 리젤의 절친한 친구인 루디의 죽음이 그를 울리기 까지 한다.

옮긴이는 소설의 독특한 문체와 구성에대해 말한다.

 "이 소설의 발상이나 서술방식, 표현 방식이 매우현대적...전통적인 내러티브로 이 인물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내레이션 자체가 뜻밖의 존재일 뿐 아니라, 독특한 방식으로 논평까지 한다.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집중하고, 감각들을 자유자재로 뒤섞는 표현들을 구사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강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 마치 낯선 악기에서 흘러나온 선율이 뜻밖에도 가슴 속의 저음 현을 강하고 깊게 울리고 지나갈때처럼."

’책도둑’. 분명히 독특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이다. 요즘에 주로 읽어오던 일본소설의 풍에서 오랜만에 벗어나 좀더 깊이있고 무거운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 책은 인류애와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문체의 삼박자가 아주 잘 이루어진 훌륭한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어느 서평에서 그랬던가. 명작으로 혹은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사람들의 말을 기억한다. 나 역시 그들의 생각에 기꺼이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