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특이한 문체였다. 뭐랄까. 머리속에서 덜그럭 대는 느낌.

 사실 이런류의 글쓰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몽환적 배경에 앞뒤 두서없이 내질러놓고 점차 정리하는 스타일.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어려워 자꾸만 되돌려 읽으며 곱씹어 생각하게 하고 그 중의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약간 노력이 필요한. 어쩌면 시적이고 어쩌면 길거리 낙서같은 흩뿌려진 문장들. 그러면서 문장은 계속 이어지고 이야기는 진행된다.

 정확하게 표현을 잘 못하겠지만 주어와 술어의 위치, 형용사, 부사의 사용, 그리고 관용적 표현들이 한국어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약간 거부스럽게 느껴지는 제대로된 외국 소설이다. 다른 이국적 문체보다 더 이국적서술 방식을 사용했고 그것이 단지 이국적표현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새로운 문체방식인지 아니면 그 두가지가 조합된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별로 중요할 것 같진 않다. 그저 새롭고 까칠한 문체로 다가왔지만 점차 흡입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음식의 부드러운 맛이 아닌, 곱씹으며 되새길때 맛이 우러나는 독일의 딱딱한 빵같은 문장이다. 곱씹고 생각하고 의미가 우러나면 흥미롭고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그 순차적인 반응은 대부분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어떤 부분은 삼키기 어렵기도하다.

 초반을 그렇게 미적미적 넘기면서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하고 투덜대던 마음이 어느순간 이야기의 몰입으로 이어졌다. 스토리가 잡히고 흐름을 느끼게되자 낮설던 문체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벌려놓은 이야기판에 흥건하게 젖어들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감정이입이 시작된것이다.

 이야기는 죽음의 사신이 이끌어간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그대로를 전한다.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그가 보고 느낀 것들을 서술한다. 죽음의 사신은 전 세계 죽음을 맞은 영혼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수많은 죽음들 중에 주인공 여자아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녀와 관련된 죽음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이야기는 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일정하게 진행되지만 중간 중간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또는 미래의 이야기를 미리 소개하기도 하고 그것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도 한다. 이런 연결구조 역시 작가의 소설이 흥미롭고 신선하게 느껴지게하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이다. 소녀는 처음 의도하지 않게 책을 손에 넣게 된다.  점차 말과 글에 끌리게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에 ’말’과 ’글’을 통해 안식을 얻게 되며 운명처럼 계속 책을 훔치게 된다. 하지만 결코 불순하거나 음흉하지 않다. 죽음, 가족, 친구, 그리고 말과 글자와 책. 가장 참혹한 순간인 나치정권하를 배경으로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인 삶에관해 이야기한다.

 역시 소설의 힘은 이야기의 힘. ’책도둑’은 그런 스토리텔링에서도 절대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1권을 지나 2권으로 이어지고 독자는 점점 머릿속을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가기 시작한다. 결국 작가인 마커스 주삭의 생각이 맞았다.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2권을 구입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