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실린 다른 작품들에 대한 평은 일단 접어두기로하고 수상작을 이야기 하려한다. 

 채 몇권 되지도 못할 미천한 독서량에 감히 이런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읽어온 어느 단편보다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감동으로 말하자면 ’삼풍백화점’ 만한 것이 없다.

 몇년 전 어느날 이었는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정이현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것도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당시로는 정말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 통통 튀는 문체와 발랄한 감성. 아무리 신세대이며 젊은 감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어도 정이현 만큼 현 시대의 트랜드를 제대로 읽어나간 작가는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장이나 서민, 어두운 뒷골목 말고 강남과 중상층이상 소위 좀 사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작가말이다. 당연하다. 그녀 자신이 강남에 거주하며 자라났고 구질구질하거나 비루한 삶 때문에 꾸역꾸역 낑낑대며 살지 않았기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작가로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삶의 어두운 부분과 경험은 고스란히 작가의 고통과 곱씹음으로 승화되어 작품으로 탄생되어왔으니 그녀는 어쩌면 배부른 돼지의 팔자쪽에 가까왔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에서 작가되기의 관점에서 봤을때 그렇다는 것이지만. 

 뭐, 유행과 트랜드를 섭렵하는 능력이 꼭 강남에 살아야만 가능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유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득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거주지 비율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쯤에서 나의 강남 집착증은 접어두자.)

 정이현의 소설은 새로운 계층을 이야기했다는 점이 특이할만 하지만 결코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는 문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결국은 창작의 끝에는 어떤 식으로든 간에 감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감동은 취향에따라 그 크기가 달라 질 수 있기때문에 주관적인 느낌을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삼풍백화점에서 느꼈던 재미와 마음속 울림은 나에게 무척 특별하고 오래도록 남아있다. 재미는 발랄하고 도도한, 그러면서 유머러스한 문체와 상황설정이었고 감동은 조근조근 읽어나가다 어느순간 찡하고 느껴지는 먹먹함, 짠함, 그리고 여운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엇갈린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애. 소리 없는 흐느낌. 솔직히 이후 발표된 정이현의 어떤 소설에서도 이만한 깊이와 드라마틱함과 위트와 긴장감을 느껴보진 못했다. (물론 정이현표 소설은 그녀만의 독특함이 배어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중 하나인것은 분명하지만)

 이 작품은 정이현의 성장소설이자 자전소설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별해 시상하는 문학상중 하나인 현대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정이현표 소설의 특징: 이 전 문예지에서 등단할 때의 작품들이나 이후 신문 연재작, 여러 단편들 역시 현대사회의 젊은 여성과 도시적 색깔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그녀의 기본적인 소설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