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작품이 이슈라길래 호기심에 이 책을 선택했다.

얼핏 본 책 제목이 "IQ84"
엥 IQ84면 정상보다 약간 낮은 수치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그러나 책 제목엔 친절하게 "IQ84"가 아니고 "1Q84"라고 이야기 해준다.
일본어로는 "9"나 "Q" 의 발음이 동의어로
똑같이 <이치큐하치욘>이라고 읽는다고 한다.

소설의 시작은 아오마메가 
꽉막힌 수도고속도로를 피해 전철을 타기 위해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비상계단을 내려가다가
하늘에 두개의 달이 떠있는걸 느끼면서 시작한다.

이 책에서 두개의 달은 현실과 또 다른 하나의 가상현실을 상징한다.

소설의 각 장은 아오마메와 덴고가
각각 주인공으로 번갈아 가면서 등장하다가
마지막에는 둘이 스쳐지나가듯 만나게 된다.
(흡사 준세이와 아오이가 번갈아 가면서 써내려가는
"냉정과 열정사이"란 소설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덴고는 신인상에 공모한 후카에리의 약간은 문장이 매끄롭지 못하지만
창의력이 돋보이는 소설 공기번데기를
순수한(?)목적으로 Rewriting하게 되는데

소설중 공기번데기에 나오는 리틀피플을 듣는 순간
나는 1984의 빅브라더가 생각났다.
저자가 일부러 역설적인 단어를 선택했겠지만
각 소설에서 리틀피플이나 빅브라더가 차지하는 의미는 거의 비슷하다.

급기야는 소설중 덴고가
"나 좋을대로 과거를 바꿔쓸수 있다고?" 
"과거를 바꿔쓰면 당연히 현재도 바뀌어
현재라는 것은 과거가 모이고 쌓여서 이루어진거니까"를 읽는 순간

1984의 진리성에서 과거를 조작하는 일을 하는 윈스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1984에서의 윈스턴은
진리성내에서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맞고 있다.

빅브라더는 결코 틀릴수 없는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에
예측이나 통계 등이 변경이 되면 그 전에 나온
모든 자료, 신문, 영상물들이
그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1984의 신조어법이 굉장히 공감이 갔었다.
당에는 사상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해
단어들을 기계적으로 변경하는 조직들이 있었다.

예를들면 좋다(good)에서 파생된 
안좋다도 (bad)가 아니라 (ungood)으로 
excellent는 (plus good), 더 강조한 표현은 (double plus good)으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편할수도 있겠지만
일견 사고가 굉장히 단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들이
예술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건지...

1984에 흐르는 또하나의 역설은 당의 슬로건과 당의 4부서의 명칭이 아닌가 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고 하는 당의 슬로건
당의 4개의 부서인 "평화성", "진리성", "애정성", "풍부성"에서 
각 각 "전쟁", "왜곡", "고문", "기아"를 담당하는 아이러니

1Q84의 덴고는 새로운 공기번데기를 잉태하며

달이 두개 있는 이세계를 새롭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또한 1984에서의 다시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되는 윈스턴과 마찬가지로

나또한 1Q84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1984와 헷갈려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