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티비를 돌리다가 우연히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보았다.

차분하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느릿한 억양,

레레레시도로 낮게 떨어지는 중저음,

파스텔 그림같은 음색..

그의 목소리를 통하여 영화 음악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리운 시절 그 곳에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기현과 홍승찬이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인데

어쩜 분위기가 이리 흡사한지!

글을 접하는 동안 위로와 따뜻한 보살핌의 커다란 팔이

어깨를 안아주는 기분이다.

 

책은 265쪽 4악장으로 되어있다.

1악장은 스타카토로 경쾌하고 활기차게 시작하며

2악장은 안단테로 여유롭게 읽히며

3악장은 비바체처럼 열정적으로

4악장은 칸타빌레처럼 책이 흐른다.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를 한 꼭지씩 모아서 책을 만들었다.

자세하게 해박한 지식과 내용을 쉽고 유연하게 풀어주었다.

더러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알고 있었던 내용을 더 깊고 넓게 확장 시켜 주었다.

무엇보다도 한 꼭지가 끝날 즈음의 마무리 글이 마음에 든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되새김질 시켜준다.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94번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고별 교향곡 45번도 흥미롭다.

하이든 시대 고용 음악가였던 하이든이

주인님을 따라 두 달간 피서를 가게 되었는데

가족과 함께 온 주인님 에스테르하치 후작은

약속한 두 달이 지나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함께 온 악사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하이든은 재치있는 음악을 작곡하였다.

교향곡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악사들이 하나 둘

보면대 위의 촛불을 끄고 자리를 떠나고,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이 무대를 떠나면서 음악도 끝이 난다.

후작은 하이든의 의도를 알아채었고,

악사들은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오페라, 가곡, 뮤지컬, 음악가의 생애, 저자의 경험.. 등이

온화하게 녹아 있는 책이다.

신기한 것은 책을 쥐고 있는 동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세상이 밝게 보인다는 점이다.

모든 일이 노래하 듯 자연스럽게 흐른다.

맑은 물이 구정 물을 정화시키면서 바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