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떨어진 모래알 고금이 을성이 주머니에 들어가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답니다.

항상 사람을 주체로 하던 이야기가 모래알이라는 작은 물건에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한 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모래알 고금이 새롭게 만난 을성이라는 아이는 별명이 '돼지'랍니다.

아마 뚱뚱하고 많이 먹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을성이를 미련하다며 자꾸 구박을 합니다.

매번 공부 잘하고 약삭 빠른 형 갑성이의 편만 들고 을성이에게는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답니다. 늘 호통을 치기 일쑤고 간혹 주먹질도 합니다.

험상궂은 인상에 항상 눈을 씰룩거려서 아버지 또한 별명을 얻었답니다. 바로 '씰룩이 영감'.

갑성이 형은 약삭 빠른 성격으로 항상 귀여움을 독차지하기에 '토끼'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을성이 밑으로도 삼성이라는 남동생이 있답니다.

을성이는 차남인 셈입니다.

워낙에 성격이 불 같은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을성이를 예뻐하면서도 내색을 못합니다. 그나마 식모아주머니만 을성이 편을 들어주며 같이 잠도 잔답니다.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저의 아버지 또한 성격이 불 같아서 자주 때리시고 호통을 치셨답니다. 늘 눈치만 보면서 자라서 그런지 울 다섯자매는 성격이 밝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저는 아버지를 닮아 제일 예쁨을 많이 받았답니다. 더구나 장녀이다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항상 대우를 받으며 자랐었답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동생들의 설움이 느껴집니다.

을성이가 형에게 느꼈던 그 감정들을 읽으면서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괜시리 동생들에게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저 또한 장녀라는 위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중압감에 시달렸는지 모른답니다. 아직 그런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은 없답니다.

을성이의 형 갑성이는 그런 면에서 너무 철딱서니가 없어 보입니다.

갑성이와 을성이가 사이좋은 형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항상 다투게 되고 을성이가 가출하게 되는 것도 모두 부모님들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을성이는 천성이 착한 아이이며 책임감 또한 강한 아이입니다. 머리도 미련하지않고 통찰력과 판단력 또한 뛰어난 아이입니다. 하도 아버지가 '미련한 놈' 하니까 덩달아 어머니도 '미련한 놈' 이라 하여 을성이 자신 또한 그렇게 믿게 되어 일부러 행동을 미련하게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부모가 믿는만큼 아이들은 성장한다고 합니다.

을성이의 가출로 인해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됩니다.

을성이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었던 아저씨는 깡패소굴의 전무로 아이들을 꼬여내어 소매치기나 두더지활동이라 하여 땅굴을 파서 창고에 있는 물건을 훔치게 합니다.

을성이는 가출하여 그 아저씨를 따라 갔지만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아저씨 또한 천성이 악한 사람이 아니라 깡패 소굴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탐탁해 하지 않습니다.

을성이는 두더지활동을 지시 받고 그 소굴을 탈출하게 됩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던 걸까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끝내 집에 돌아가기를 거부하지만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왜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난 후에 그 소중함을 알게 될까요?

아버지는 을성이를 너무 믿었기에 함부로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을 하고 잘 대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또한 부부 사이에서도 너무 편안해 하다보니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래알 고금을 읽으면서 새롭게 반성할 점을 찾았답니다.

아이들을 비교하며 키우지 않기

아이들에게 믿음으로 다가가기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기

아이들에게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가르치되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알려주기

등 성적이 우선시 되지 않는 인성교육을 먼저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960년대 시대적 배경이 드러나는 전차, 차장, 연탄, 썰매 등의 표현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박물관이나 영화, 책 속에서 접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끝으로 마해송 작가님은 종교색이 약간 강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천주교와 성당, 신부님, 수녀님에 대한 묘사와 성호를 긋는 묘사가 상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필요한 표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답니다.

그런반면 하느님을 믿으시냐는 신부님의 얘기에 을성이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얼마나 웃기던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고사를 열심히 지내고 있지요."

고사와 천주교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