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上)권에 이어 하(下)권을 읽으려고 책을 펼쳤을 때, 제일 의문스러웠던건 왜 마키오의 시점의 세쓰코의 시점보다 먼저 나오는 걸까?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이 네 명의 대학 동창이 여행을 떠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여행의 계기가 된 건 마키오라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난 당연히 이 남자의 시점이 제일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책을 다 읽고나니까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는 했다.

이 네 명 중에서 제일 남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했던건 마키오였다. 하지만 세쓰코의 시점을 읽고나니, 왜 이 사람의 시점이 마지막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겉으로보면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고, 항상 사람들에 둘러쌓여있기에 친구가 많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람들과 일정한 선을 딱 그어놓고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는 이 여자가 어찌보면 제일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 여행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 해결되고, 제일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세쓰코가 마무리를 짓는다 라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앞부분만 보고는 내용이 어두워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네 사람 이 여행을 계기로 전부 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일이고, 모드 그 일이 있은 후 많은 세월이 지났기 때문인지 역시 어른이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이미 지나간 일.... 그러니 지금 그 일을 갖고 새삼 원한을 품거나 하기보다는 그 일 자체를 받아들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일상"이라는 주제를 갖고 떠난 여행에서 미스테리한 수수께끼풀기 같은 평소라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내용들을 갖고 잡담을 나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된 일본의 야쿠시마 섬은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쯤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에 35일은 비가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강우량을 자랑하고, 산들도 엄청나게 높다고 한다. 정말 등산과 비를 별루 좋아하지는 않지만, 태고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과 삼나무에서 고산식물까지 자라고 있다니... 재미있고, 신비한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코스를 걸으면서 책 속의 묘사되는 모습이 아닌 실제로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에서 나온 삼월시리즈 중 한 권으로 온다리쿠씨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이다. 나름 온다리쿠씨 책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시리즈 물들은 아직까지 안 읽어본 것 같다. 삼월시리즈를 시작으로 다른 시리즈도 도전해봐야겠다. 뭐, 일단은 집에 사재기 해둔 책부터 읽고나서가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