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때였던가? 이 책이 드라마에 잠깐 등장했던걸로 엄청나게 붐이 일듯이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다. 뭐 그 후였는지 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방송국에서 했던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에서 선정한 도서라고 표지에 로고도 박혀있으니... 당시에 꽤나 인기가 많았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초딩시절만해도 이런쪽엔 관심없고, 동네에 있는 모든 놀이터를 순회하며 다니는데 더 힘썼으니까..... 어쨋든, 왠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이 책이 생각나면서 읽어보자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 책의 주인공인 5살 짱아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조숙한 아이이다. 오빠 교과서의 글을 베껴쓰기하면서 혼자 글을 깨우쳐서 이런저런 책을 읽을 줄 알게되었지만, 어른들 앞에서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얼굴을 하는... 꽤나 영악스러운 아이다.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두고 흔히 생각하는 '저 쪼그만한게 뭘 알겠어'라는 것을 제대로 꽤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이용해서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모르는 척 엿듣고, 성신잡지라고 해야할만한 것들을 읽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이런 영악스러운 애가 화자로 '봉순이'라는 이름을 갖은 어린시절부터 함께 커 온 이 여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봉순이 언니는 짱아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여자인데... 이 여자의 기구한 운명이랄지... 팔자 한 번 쎈 이 불쌍하고 순박한 여자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준다. 5살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난 '짱아'라는 이 영악한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이 아이를 왜 5살로 설정했는가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고, 솔직히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 점은 의문스럽다. 5살짜리 아이가 자기스스로 옆집을 찾아가 담배를 피우는 그 장면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되니 말이다. 아니면 이 책의 시대배경이 되는 박정희 정권시절에는 이런 일이 흔한 일이었던 걸까? 이 담배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 '짱아'라는 아이는 꽤나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쨋든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봉순이 언니'는 꽤나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여자다. 어린 나이부터 한 집에서 식모로 살면서 불한당같은 놈을 만나 이래저래 상처입고, 좋은 곳에 시집같나 했더니 남편은 병으로 처자식과 빚만 남기고 죽다니.... 하지만 이 여인네 자신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는 모양이다.

솔직히 내가 그 시대를 살았던 것은 아니라서 그런지 공감대가 형성된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단지, 이 시대는 이런 시대였구나 라는 걸 느낄 뿐이다. 도시에서는 출산률저하 정책을 내세우며 이래저래 홍보하고 하지만, 시골에서는 아직까지는 애는 생기면 낳지만, 나중에는 한 입이라도 줄이기 위해 결혼을 시키든 도시로 일하러 나가게 하던...... 그리고 여자애들에게 주어지는 '일'의 열악한 선택권까지..... 이 시대는 확실히 여자들에게는 잔인한 시대였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지금은 많이 좋아진거라고들 하는데.... 어쨋든, 으쌰으쌰 잘먹고 잘살아 보세, 한강의 기적이니 하던 이 시대 속에 이런 이면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