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 정유정씨의 최신작이 입소문이 꽤 좋았던 이 책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되었다. 일단 내가 책을 사놓고는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둔채 잊고 지냈던데다가 작년 초에는 솔직히 신간 체크할 정신머리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을 쏴라>가 정신병동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내용이라면 이번 책은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7년 전, 최현수라는 이름을 갖은 살인마가 붙잡혔다.  어린 여자아이와 아내를 죽인 것도 모자라 댐의 수문을 개방해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죽인 희대의 살인마, 최현수. 그리고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그의 아들 최서원. 어렸을 때는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살았고, 그 후에는 자신과 룸메이트였던 아저씨, 승환의 신세를 지게 된다. 하지만 서원은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다. 조금 적응해서 지낼만 하면 서원이 최현수의 자식이라는 기사가 실린 잡지가 배달되어 항상 쫓기듯 여기저기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은 정착하지 않는 떠돌이 신세.....  도대체 이 잡지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이며,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최현수의 사형집행 결과를 통보하는 전보가 오면서 아저씨가 사라져버렸다. 7년 전 사건을 소설로 구성해 자신에게 남긴채로.....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때, 앞부분에 집중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게 없었다. 평범하게 시작해서 뒤가 궁금하게 만들었달까....? 그리고 정말 이건 미친놈에 또라이가 분명해 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 묘사까지.... 책 속에 등장인물들이 다들 개성있어서 그런지 마치 진짜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이 책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그 범죄자의 가족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언론과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주인공인 최서원이라는 인물만 해도 범죄자 최현수의 자식이라는게 알려지기만 하면 세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피하고..... 이런저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이런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족으로 뒀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용이 지루했다기 보다는 책 글씨가 다른 책들보다 작고, 여백이 좁은데다가 글 분량이 엄청나서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뒷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전개되는 내용 속 긴장감에 책장은 술술 넘어갔던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해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