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적 이동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모습을 실시간 알 수 있는 통신의 발달이 획일화된 문화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스크린 쿼터제이니 젊은층의 무비판적인 일본 문화의 흡수니 하며 일명 ‘문화 식민지’를 운운하지 않는가. 이는 곧 강대국 혹은 강자들의 문화에 다른 문화들이 흡수, 동화되어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되듯이 곧 문화도 언젠가는 단일문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를 시사하는 바이다.

이런 획일화, 범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흩어져 사는 유대인 집단을 의미했으나 현재는 분산된 민족 집단, 혹은 그런 행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모델을 제시한다. 현재에도 여러 곳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그처럼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끊임없이 변하면서 “한번도 다른 이들에게 불변하는 현실로 인정받거나 타자를 가늠하는 절대적 지표나 도구가 되려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들은 변화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서 항구성을 확립했다고 봐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더블어 점유되지는 않지만 거주자는 있는, 역사와 언어의 가장자리, 인종과 부류의 경계에 있는 통행과 혼합의 장소인 열린공간을 제시하며 잡종 문화의 진정한 의미를 통해 획일화에 대한 반증을 들고 있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에는 발화제 역할을 하는 문화가 있을 것이고 촉매제 역할을 하는 문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는 어떤 영역 혹은 종족 안에서만 자리매김 하고 있던 고유 문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문화도 서로 교류를 통해 변화하고 발전하며 또는 소멸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교류 사이에 힘의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지 않아 있지만 문화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힘의 개입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고 있을 것이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시대의 조류에 순응하다가 자칫 자신의 독특한 문화가 상실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속에서 고유성은 간직하되 새로운 모습의 문화를 창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열린 생각이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3. 용기를 내어 한발씩 내딛기

정말 힘겹게 읽어낸 책이다. 사회학, 철학, 역사학, 인류학, 민족학, 문학 등등 정말 뭐라 딱 꼬집어 정의내릴 수 없는 학문이 총망라되어 있는 이 책을 인문학의 문외한인 내가 소화해 내기에는 벅차고 벅차기만 하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체한 듯 답답한 마음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다른 곳을 사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자신이 정주하는 곳을 벗어나는 데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물리적 이동이든 반성적 사유이든 관습과 반복된 삶, 개인적 습관 및 정체된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몽테뉴의 말처럼 그 따위 것들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한 학자들처럼 몸의 이동을 통해서만이 깨달음과 반성적 사유가 가능하다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신의 주어진 삶에서 한 번 뒤집어 생각해보는 여유, 이 작은 실천의 한걸음부터 떼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생각의 힘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