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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마음 건강에 좋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딱히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또한 몇달전까지만 해도 명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책읽기와 음악듣기 글쓰기로 보내고도 남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명상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딱히 명상을 배웠던 적도 없고 열정적으로 배우고픈 마음도 없었기에 그저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은 뒤 눈을 감고 앉아서 감은 눈꺼풀 안쪽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하나의 빛에 열중하곤 했다. 이것이 나의 명상이었다. 그러기에 나의 명상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함께하는 음악이다. 명상에 익숙한 사람은 마를린 맨슨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명상에 잠길 수 있겠지만 나같은 초보 명상가들은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명상의 성패가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게 이 음반이 다가왔다.

<클래식 명상곡>이라는 타이틀을 하고 온 이 2장의 CD는 우선 그 표지부터가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넓은 초원에 서 있는 세 그루의 나무 그리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얀 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 도대체 이런 천국같이 곳이 현실에 실재하기나 한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분명 실린 곡들도 이같은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 2개의 CD를 그 자리에서 모두 들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아름답고 정적인 곡들이다. 마음을 무장해제당할 정도로 편안한 음악들이다.

각 CD에 15곡씩 총 30곡의 음악이 실려있다. 이 음악들의 특징은 몇 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곡의 연주가 5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명상음악의 관건은 바로 이점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음악이 너무 길면 어느새 그 음악에 익숙해지고 마음을 빼앗겨버릴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짧게는 1분대에 연주를 곡들도 꽤 있다. 평균을 내도 연주시간은 3~4분 정도이다.

1번 CD 첫곡은 바흐의 Air On The G String이다. 참 익숙한 곡인데 그런데 그 익숙한 곡을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대금으로 듣게 되니 또 색다른 맛이 난다. 이 곡 외에도 이 음반에는 대금으로 연주되는 곡들이 많다. 기억에 남는 곡으로는 2번 CD에 있는 7번 트랙의 Liberrotango이다. 첼로곡으로만 익숙하던 이곡을 피아노 소리가 곁든 대금의 연주로 들으니 그 느낌이 아주 색다르면서도 기존의 곡보다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번 CD 7번 트랙의 Immanuel과 15번 트랙의 使命역시 대금소리가 참 듣기 좋은 곡이다. 특히 대금의 연주로 듣는 Edelweiss는 쉽게 잊히지 않을 정도로 여운이 깊게 남는 연주곡이다. Immanuel의 경우는 아마 우리나라의 가야금이 그 반주악기로 사용된 것 같다. 아무튼 우리나라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곡들은 명상하기에도 딱인 그런 음악들이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악기는 기타이다. 아마도 클래식기타연주일 거라 생각되는데 아무튼 기타소리가 이렇게 편안한 소리인 줄은 미처 몰랐다. 1번 CD 6번트랙의 Romanze, 7번트랙의 Allegreetto Moderato 등 1번 CD에 수록된 기타연주곡들은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들정도로 감미롭다. 특히 2번 CD의 첫 곡인 Nocturno은 반복해서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연주이다. 꼭 한가지 악기를 배워보라면 클래식기타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 Gontiti의 放課後の音楽室도 이 음반에 수록되었으면 잘 어울렸을 기타연주곡 같다.

기본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곡들도 열정적인 피아노 소리가 아니라 잔잔하고 조용한 피아노 소리다. 대표적인 것이 두 CD에 모두 실려있는 쇼팽의 곡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가 그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각 CD의 4번 트랙에 실린 쇼팽의 곡은 익숙해서 더욱 편안하게 들리는 연주곡이다. 또한 Liberrotango에서와 같이 다른 악기들과 어울려 배경으로 들리는 피아노 소리도 듣기 좋다.

30곡의 곡들 중에는 쇼팽, 베토벤, 바흐, 드보르작 같은 고전의 클래식 음악들만 있는 것이라 에델바이스, 영화음악가인 모리꼬네의 음악, 그리고 <겨울연가>에 삽입되어 익숙한 13 Jours En France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소개되고 있다. 눈을 감고 듣다보면 어느새 다른 느낌의 음악들이 은은하게 내 마음과 머리속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요즘 이런저런 일이 많아 늘 시끌벅적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힘들었는데 이 음반을 들으면 잠시나마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곤한다. 내가 생각하는 명상은 나를 깊숙이 나자신조차 속일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이런 자세가 나에게는 절실하고 이 음반이 깊은 명상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 늘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