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저 떠나는 것에 의의를 둔 여행보다는 한 가지 테마를 정하여 이루어지는 여행이 많은 것 같다. 서점의 여행책 코너를 둘러볼 때마다 이렇게 다양한 여행을 생각해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해본적 없는 나는 이런 여행안내서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은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위치에 있는 찾아가서 볼 만한 나무를 테마로 한 여행서이다. 솔직히 푸른 강산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나무야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나무들은 그 크기와 수명에서부터 남다른 포스를 내뿜고 있는 것들이다. 또한 나무에 얽힌 사연도 있어 특별히 공을 들여 지켜야 할 국보급 나무들이다.

우선 이 여행서를 보고 감탄한 점은 전국 곳곳에 이렇게 귀하고 멋진 나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나무마다 제각각의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도 있고 그저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도 있으며 어느 고택의 연못에 자리잡은 나무도 있다. 있는 곳도 생김새도 나무의 종류도 저마다 다르지만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나무들은 하나같이 위용이 대단하며 수명 또한 길어 실제로 그 앞에 서게 된다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이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해마다 꼬박꼬박 토지세를 무는 예천의 석송령, 훌륭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부부의 연을 맺어 실제로 정이품송의 꽃가루를 받은 보은 서원리의 소나무, 쌍봉사의 불전을 화재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태웠던 쌍봉사의 단풍나무, 구례에 있는 구층암 승방의 기둥으로 서 있는 모과나무 줄기, 추사 김정희가 중국에서 가져다가 심고 애지중지 돌보던 백송 등이 그것이다.

또한 저자가 버려지다시피 한 물푸레나무를 찾아내어 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한 점은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과 식견이 남다름을 증명해 준다. 책에 실린 나무들의 모습은 모두가 그 나름의 위용과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나무는 굶어 죽은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심은 나무로 전라도 진안군에 있는 이팝나무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 나무를 실제로 보고 나무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이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 사연까지 알게 되고 보니 더욱 이 나무가 보고 싶다.

이 여행서는 각 장을 지방별(도별)로 나누어 찾아볼만한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나무 사진을 책 한 면에 가득 싣고 다음 장에는 나무에 관한 저자의 짤막한 생각에 이어 소개하고 있는 나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더불어 그 근처에서 함께 찾아보면 좋을 나무에 대해 짤막한 글과 사진을 함께 싣고 있다. 또한 ‘나무 바로 알기’란 꼭지를 통해 나무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여행길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며 찾아갈 때 유의할 사항과 자세한 지도 및 길안내를 제공한다.

여행책만을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답게 이 책은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비교적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고 테마 여행이란 점을 고려할 때 테마에 맞는 자세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이래저래 정말 유용한 여행서가 아닌가 싶다. 책에 실린 모든 나무를 실제적으로 보고 싶지만은 우선은 곧 고향집엘 가게 되니 이 책에 소개된 내 고장 강원도 삼척의 나무부터 찾아 가봐야겠다. 그리고 난 후 서울에 있는 나무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찾아봐도 좋을 듯싶다.

나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무를 사람과 똑같은 대접을 한다거나 혹은 사람의 혼이 깃든 나무로 여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