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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제명은 '금융적라집(金融的邏輯)-The Logic of Finance'인데 '자본의 전략'이란 이름을 달고 나왔다. 내용으로 따지면 '자본화의 전략'이 더 적합한 제목일텐데 재밌는건 비주류 경제학 입장서 살피면 '자본의 전략'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좀 있는 인간이라면 맑스의 '자본론'에서 자본 형성의 본질을 읽어낼 수 있듯 역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내용에서 인간을 끄집어낼 수도 있지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출판사의 작명 센스 참 신기하고 놀라와~다.

원제 '금융적라집(金融的邏輯)-The Logic of Finance'를 두고 다시 살피면, '금융의 논리' 그러나 금융에 관한 것들을 적나라(赤裸裸)하게 파헤친 것이라기 보다, '금융'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고찰이라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그것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여기서 '라邏'는 그 '순라' 등의 표현에 쓰이는 그 '라'다) 돌며 모은 얘기들을 펴낸 것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여기서 '금융(金融)' 金으로 化한다는 의미를 먼저 살피고 염두에 둔다면, 중세 서구 열강 일부가 금/은 보유를 국부로 여기고 자국내에 쌓아두려 했던 것에도 당시로서는 일리가 있는 행동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미련하다는 식으로 평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애당초 금/은를 통한 교환가치의 성립은 산물과 금/은의 가치가 1:1로 대응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썩지도 않고 보관이 용이하다는 것만으로 금/은을 보유하진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언제든 그에 상응하는 물산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전제가 우선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교환가치가 반드시 산물과 1:1로 대응시킬 필요는 없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는 인간, 국가들이 생겨난다. 국가가 공인하는 이른바 신용(액면가치에 해당하는 금보유량을 전제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 또한 무너진다, 보유량 이상으로 신용은 공여될 수 있다)을 바탕으로 한 화폐의 유통을 통해 자본주의는 그리고 해당 국가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책에서 망라한 내용의 핵심은 사실 '금융'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금융을 역사적으로 되짚으며 국부 증진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는 대륙의 의도를 충실하게 읽어내는 것도 반반도(半半島)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도움 될지 모르겠다.

다만 국부의 증가가 개인의 행복과 궤를 같이하는가의 여부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 책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으리라. 그 전에 모든 가치의 생산은 항상 노동(력의 투하)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이것은 이미 학부시절 90년 전후 학번이라면 한번씩 접해보았을 E. K. 헌트『경제학설사』에서도 다뤄진 내용이다, 1권 첫부분에 중세 서구 열강들의 국부에 대한 오해와 그로 인한 몰락과정 등이 '자본의 전략'보다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가치의 생성은 기본적으로 노동에서 비롯되지만 발달된 생산과정에서의 잉여에 대한 입장은, 비주류는 잉여가치의 생성을 노동력 착취에서 찾고 주류는 자본재 투하에 따른 이윤의 회수로 바라본다. 주류의 논리는, 노동력을 투하하여 이뤄진 자본재의 성격에 배타적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함으로써만 근거로 성립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라, 같은 시간이 소요되어도 보다 높은 생산성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산물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자본재를 개발, 형성하기 위해 다같이 힘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어째서 그 결과물은 다수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못하고 항상 소수에게만 집중되는가? 이 얘긴 우선 '금융'에 관해 먼저짚고 다시 잇도록 하자.

다시 '금융', 金으로 化한다는 건 사람과 토지 등 각종 물산에 묶여있던 자본을 비로소 별개의 '자본'으로 탈구성/탈영토화 시킨 것이다. 이 과정이 곧 소외다! 묶여있다는 표현은 유교 뿐 아니라 모든 전통적 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다. 그 사회는 그것을 불가분 일체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전통 그러니까 구체제는 하나같이 신분적 예속을 통해 착취가 이뤄졌던 것이다.

한편 이 구체제가 허물어지고 들어선 자본주의에선 바로 그 소외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예속이 신분적 예속을 대체한다. 생산과정에서의 소외가 자기 노동력과 함께 거래되는 무산자와 궤를 같이하는 동안 탈영토화된 자본의 소유권 인정은 성장 과실의 집중을 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비주류조차 현재상태의 착취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금융'의 발전이라는 것이 이 다수의 미래를 착취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정(情)을 토대로 한 정(精)적인 사회에서의 자본은 물산 그 자체이다. 그러나 물산의 이동은 제한적이며 보관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화폐가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사실 이것은 당장의 제약을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미래소득을 바탕으로 토지/집에 대한 대출이 가능해졌다는 것 또한 마치 대단한 발전처럼 여기지만 사실 자기미래의 소유권을 현재의 자본 소유주에게 이전시킴으로써 취하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의 노동으로 형성된 자본의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배타적 권리가 되어버린 자본재에 소유라는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참여하는 방식이란 오직 제한된 소득, 값싼 임금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없다. 우리가 선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믿는 미래는 사실 우리가 누리고 살아야 할 권리, 우리 모두 평등하게 지니고 있는 그 권리를, 그전에 다같이 힘써 이룬 자본재의 독점적 소유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의 미래 권리를 지금 자신이 빌리면서 10% 이상의 이자까지 물고 있는 격이다. 현재의 착취는 이미 오래전에 자본재의 소유를 인정한 시점에서의 미래를 차압당한 것에 불과하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미래의 뻔한 현실을 risk관리 상품으로 내어놓는다. 금융 발전 보다 자본이 수월하게 움직일 수있도록 마련된 활로의 하나가 바로 이 변질된 공적부조 활동이기도 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만일 자본재를 소유하지 않은 절대다수 가운데 누군가 경제활동을 하고자 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건 활동을 포기하거나 채무자(샐러리맨 역시 노동에 따라는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채무를 갚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 것)가 되는 것뿐이다. 소유를 인정하면서 지금을 살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빌려와 10% 이상의 이자까지 얹어 원금과 함께 지금 소유주들에게 두고두고 갚아나가는 것이다.

신용으로 확장된 금융이라는 숫자놀음에 상응하는 실물경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된다. 속도를 높이며 성장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괴리는 극복될 수 없지만 생산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괴리는 실제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위안에 상당하는 물산의 일부는 썩을 수도 혹은 기타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줄어드는게 마땅하다, 90% 80% 70%…. 대응되는 교환할 실물이 없다면 이 100위안은 교환가치로서 아무런 구실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100위안에 상응하는 실물의 물산이 항상 예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쓸데없이 자원을 고갈시켜가며 다수가 쉬지않고 일을 해야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잠시 개인을 접고,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국의 국부를 금융에 기반하여 설명하는 이 책은 굉장히 합리적이랄 수 있다. 어찌보면 중국이 노리는 건 매우 간단하다. 세계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이라면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국 통화를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에 준하는 것으로 자리매김코자 노력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교환가치를 나타내는 측량 외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금은을 국부로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대한 세계소비시장으로서 일국이 자리매김하게 되면 그 나라는 각국으로부터 유입된 산물들로 넘쳐난다. 그 나라의 무역수지적자야말로 세계 여러나라의 무역수지흑자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축통화(실제로 공인될 수는 없지만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자)의 존재는 중요하다. 자국의 무역수지적자가 세계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상태라면 부채가 아무리 많고 규모가 커도 자국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일소할 수 있다(물론 인플레 압력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정도 규모라면 오히려 통화량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다). 미국이 그러했고 미국의 통화 $가 그러한 위치였다. 이것을 옮기려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의 자본化의 전략이 노리는 것이 이것이다.

다만 우린 이것을 좀 다르게 거꾸로 반대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나 교환에 열중하고 부지런하면서 오히려 자꾸 가난해지기만 하는데 그것이 어째서 그런지에 대해 의심해버릇 해야하지 않을까? 태어나면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 익숙해서인지 광범위한 주류 경제학의 계량적 습관에 익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식선에서 우린 한번쯤 왜?라는 의심을 촉발시킬 필요가 있다. 물신에 대한 굳은 신앙에 맞서는 의심의 돈발이야말로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2차 시민혁명의 시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