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건?
<달샤베트>와  등장인물이나 공간설정, 스토리 전개, 주제의식 등  너무나 닮았잖아?
<달샤베트>에 이어 <어제저녁>에서도 똑같이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아파트에 사는 이웃주민들이 등장인물로 설정된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는 이들은 ’더위로 녹아내리게 된 달’(<달샤베트>)이라는 소재로, ’양말을 잃어버린다’(<어제저녁>)는 아주 작은 사건으로 한데 엮인다.

전편에서 단순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또 다시 반복되니 슬슬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뭐지?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반복’이 노리는 효과는  ’강조’다. 무얼 강조하려는 것이었을까. 왜 백희나 작가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주목하게 된 것일까?
아파트란 어떤 공간인가? 
아파트에는 여러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산다. 너무 가까워 이웃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 것 같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이웃에 누가 사는지, 그 이웃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모른다.  가까워서 오히려 더  먼,  역설의 공간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소외와 단절을 이야기할 때, 아파트는 현대인의 소외의식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명사처럼, 주범처럼 지목되곤 한다.

백희나는 이런 ’아파트’를 작품의 배경으로 썼다. 왜?
바로 여기에 백희나가 노리는 메세지가 숨어 있다. 
그건 바로 ’따로’이지만 ’함께’인 이웃, 닫혀있지만 열려있는,  막힌듯 하지만 뚫려있는, 그런 소통에 대한 희망이다. 
꼭  창호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창호지에 대해 설명한 글을 읽다가 아주 탄복한 적이 있다.
창호지는 우리의 조상들이 창문이나 방문에 발랐던 한지의 일종이다. 불투명이라 밖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불필요한 타인의 시선은 차단시키지만, 필요한 바람과 습기, 빛은 통과시킨다. 막을 건 막되,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키는 종이. 막혀있지만 뚫려있는 종이...
이 얼마나 절묘한가?

백희나 작가는 그런 창호지같은 소통을 꿈꾸었을 것이다.
이 책의 독특한 형식이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각 세대의 일상을 분할된, 각각의  독립적인 공간으로 보여주면서 그 공간들을 병풍마냥 주욱 이어붙여 놓았다. 왜?
’따로’이지만 ’함께’인 이웃을 말하고 싶어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