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동물원'은 아틸란티스의 멸망과 그 잔존세력인 불사조교파, 그리고 진실을 캐려는 일련의 사람들로 큰 줄거리를 설정하고, 프록시마켄타우리의 폭발과 화성외계인의 침공등으로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만일 최근 출간된 베르나르의 '신'처럼 인류의 진화를 관찰하는 의미에서의 동물원 같은 개념을 생각하면 오산일듯하다.

읽는 내내 큰 흐름과 동떨어져 지나치게 변죽을 울리는 듯한 전개방식으로 저자가 의도한 바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큰 줄기를 따라가야 하는데, 곁줄기에 신경이 분산되어 저자가 하고싶은 이야기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프록시마켄타우리 초신성, 판다 에피소드. 노래하는 황소 에피소드, 폭력과 구타를 일삼는 정치인과 등장 인물들, 계속되는 시위와 혼동, 뜬금없는 우주봉고차. 이런 것들이 극의 전개에 양념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본 맛을 덮어버리는 첨가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두개의 장면을 한 문단씩 번갈아가면서 쓰는 시도라던지, '미자는 자기주먹으로 허벅지를 내리쳤다.' 처럼  자주 반복되는 문장이나
중년여성과 청년, 그리고 중년남성의 일화처럼 계속 나오는 일화의 반복사용등이 내게는 낮설며 좀 새로운 느낌도 주었다.
 
개념없는 정치인, 전혀 절실하지 않은 양초시위, 어리석고 무능력한 학자들. 이리저리 휘둘리는 공권력등 글의 전반에 깔려있는 위트와 풍자는 읽는 내내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이런식의 전개방식의 소설은 미처 읽어보질 못해서 좀 당황스러운 점이 많았다. 미술로 치자면 초현실주의(?)같다고 해야 하나..이상의 오감도를 처음 읽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아무튼 쉬운 소설은 아닌 듯하다.

주제가 워낙에 현실과는 거리가 먼 SF적인 소설이므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등처럼 평범을 거부하는 소설인 것은 확실하다.
아무튼 개개인의 취향이 엄연히 다르니 각자 느낌이 다르겠지만 1권에서 펼쳐진 내용들을 2권 또는 3권에서 어떻게 마무리 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