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 혹은 책은 읽되 목표가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과연 그 독서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주로 책이 지식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 숙제를 하거나 교과 과정을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 지식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지식을 가지고 어떤 주체적인 사고 능력을 내가 기를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분 전환을 위해 만화책도 많이 봤다. 도서 대여점과 만화방에서 빌려 읽느라 꽤 많은 돈을 들였고 만화책을 읽음으로써 스트레스도 많이 풀기는 했는데 사실 뭘 읽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소설은 주로 추리소설이나 가벼운 콩트 스타일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을 때, 내 기억에 생생했던 책은 전공과도 전혀 상관없는 '과학 혁명의 구조'였다. 나에게도 어떤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과 과학 지식의 변천 과정에 대한 흥미가 합쳐져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느껴졌다.

대학 다니면서 책은 많이 읽었지만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는 못했다. 교수님들의 취향에 맞춰 스펀지같이 지식을 흡수하는 데만도 지쳐버렸던 것 같다.

교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청소년 문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어릴 때 권장도서는 세계 명작이나 한국 문학 뿐이었는데 학교에 근 10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보니 중학교의 권장도서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 갭을 극복하느라 한동안 머리가 아팠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보다 읽어 대는 데 급급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유진과 유진'이었는데 청소년들의 삶을 여과없이 다룬 이 소설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청소년 문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책따세 목록을 보고 그저 따라 읽기만 바빴다.

그러다가 올 한 해는 내 독서 이력도 조금은 특별한 해를 맞았다. 휴직을 하면서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내 필요에 따라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교육이나 전공, 아이들이 읽어야 할 권장 도서가 아닌 내 맘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책을 읽는 기쁨은 정말 쏠쏠했다. 전에는 책 내용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 읽는 것이 짐스럽기만하고 도통 진도가 안 나갔었는데 독서 목표를 세우고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정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읽자'는 생각으로 책을 읽으니 훨씬 독서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독서가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꿔주었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선 책이 잘 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짚어준다. 책에 대해 너무 신성시하는 태도도 문제가 되고 책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구성이 헝클어져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책도 취사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우리가 모든 책은 다 읽어봐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 쉬운데 이 책을 보니 그런 부담이 덜어졌다. 독서의 목적을 확실하게 잡고 책을 취사 선택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독서의 목적은 무엇일까? 저자의 생각은 의사결정을 보다 잘하기 위한 판단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나도 많이 공감한다. 사람은 자기 경험 위주로 생각하므로 편협하기 쉬운데 그러면 의사결정도 편협해진다.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서 의사결정에 있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디지털 독서법과 독서노트 작성법, 북배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모두 독서 목적을 분명히 하고 핵심 주제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이다.

특히 북배틀과 같은 것은 꼭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만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책의 내용을 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쉬운데 다른 관점을 가진 책을 함께 보면서 관점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내년에도 더 열심히 책을 읽어서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