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에 관한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었지만 그래도 계속 집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제대로 화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늦게라도 책을 통해 내 마음을 위로받고 화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되어 좋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화를 적절한 방법으로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도 그것을 내면화하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마음을 다듬었나 싶으면 다음날 또 조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러고서 다시 책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도 이 과정을 몇 개월 간 지속하다보니, 감정 조절은 여전히 잘 되고 있지 않지만 예전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나를 화나게 한 상황에만 너무 깊이 빠져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다가 마음을 많이 상하게 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화가 정당한 감정임을 알고 난 지금은 화가 나는 상황에서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내가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이 화는 정당한가? 내 요구사항은 뭘까?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지금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시간을 두고 좀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까?'

화가 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에 내 감정을 들여다보며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보는 연습도 여러 차례 해 보았다. '나는 화가 났다. 이런 상황이 있었다. 그 상황을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라고 생각한 후에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 '그건 사실은 화가 날 상황이 아니었어. 내가 그 비슷한 일 때문에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나서 그런 거야.' 혹은 '아, 그건 화가 날 상황이었어.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말할 거야. 이번엔 제대로 화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화를 표현해볼 거야.'

이 책은 '화'의 감정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화'에 대해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화'에 대해 좀더 명료하게 알 수 있었고 그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예시들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어머!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 이랬을걸!', '이 사람은 나보다 더 심각하네...'

또한 화를 지나치게 표출하거나 화를 너무 억누르는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화를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화는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할 때 굉장히 해로운 감정이다. 하지만 '화' 자체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에서 온 것으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리고 화를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때도 있다. 이렇게 '화'에 대해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감정임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특히 나는 화를 잘 못 내는 성격이어서 부당한 대응에는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이 책의 말이 아주 절실하게 느껴졌다.

분노 감정을 회피하고 덮으면 그 분노는 자신을 늘 화나게 하는 묵은 화가 된다고 한다. 나는 때로는 귀찮아서, 혹은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니까, 상대에게 일일이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싫고 인간 관계를 해치기 싫다는 생각에 분노를 표현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다른 사람의 이해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의 욕구를 적당히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