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인생의 목표을 세우지 못한 채 스펙 쌓기로만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십대가 있다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취업, 성공, 그에 따르는 부만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듯 달려가는 청춘들에게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어쩌면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십대에 바로 딱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만이 인생의 목표인 양 모든 욕구를 참아내며 달려왔더니 대학이 주는 자유는 낯설기만 하고 앞날은 막막했다. 하지만 내 삶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내달리며 살았다. 그 때는 그저 그럴듯한 직장을 얻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라'라거나 '자신이 평생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거나 '선택되는 사람은 1등이 아니라 구별되는 사람이다'와 같은 말들은 배부른 자들의 위로라는 생각이 들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이 책이 내 눈에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가 이십대를 너무 아쉽게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이제야 비로소 들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어렸을 때, 책에서 누누히 말해주는 '지금을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배웠다면 인생이 보다 풍요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숭고한 가치인 양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나'를 망가뜨리며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진정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알고 그것을 위해 즐겁게 사는 인생을 살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집안의 보수적인 기준에 의해 컴퓨터를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연극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고 결국 전공을 바꾸기 위해 고교 졸업 후 5년만에 대학 시험을 봐서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다. 그 후에는 연기 교육으로 전공을 수정했고 공연 기획 등 여러 방면으로 자신의 관심 영역을 넓혀갔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면서 편안하게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다면 이런 일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내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의 삶은 '나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이다. 삶이 달라지기를 원할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위험하기도 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많이 주저하고 어려워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확고한 사람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일중독과 비슷한 삶을 살아왔는데 뒤늦게 독서와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나에 대해 스스로 솔직해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외부 조건에 의해 구속되지 않은 '나'를 알게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주로 심리학 관련 책이나 육아, 자기 계발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지긋지긋했던 나의 일중독증이 사실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바로 알고 용기있게 나만의 일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외부 요소에 의해 너무 많이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위한 삶을 살지 않으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살지 않으면, 내 인생은 그냥 소모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 자신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 내가 있었던 흔적조차 이 세상에는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내가 그냥 있는 존재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 존재가 되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