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등, 자신의 독특한 경력과 커리어, 풍부한 배경지식을 동원해 성실하게 쓴 '혁신가의 두뇌 작동법'에 관한 책이다. 군사나 기업에 대한 지식이 그닥 많지 않은 나에게는 사실 읽기가 많이 버거웠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어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뇌'에 대해 '신비하다'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왔다. 뇌는 아직 그 작동 원리가 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영역일 것 같았고, 또 우리가 뇌의 극히 일부 기능만을 사용하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욱 뇌는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뇌의 작동 원리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 작동 원리는 평소 내가 하는 업무 스타일이나 생활을 떠올려보면 아주 타당한 것이었다. 바로 단기 사고 경향,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적게 쓰려는 경향, 긍정적인 것에 더 잘 반응하는 것 등이 그렇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 가장 먼저 손에 가는 일은 단순하게 빨리 해치워버릴 수 있는 일인 경우가 많다. 더 큰 안목에서 봤을 때 중요한 일에 손이 가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치워야지 하는 일이 많다. 그러는 사이, 하지 않고 미뤄 둔 큰 일은 내 시간과 심지어 건강까지 갉아먹기 일쑤이다.

또한 일을 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면 하루하루 일을 끝내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일을 하기는 했으되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일하다가 가끔 생각나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건 실현 불가능이야!'하고 넘어가곤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꿈은 원대하게 갖되 그 과정을 세분화해서 자잘한 성공을 보상으로 하여 뇌를 달래는 기법은 정말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뇌는 보수적이고 단기적인 보상책에 강한 동기를 받아 움직이므로 이것을 잘 활용하면 누구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장기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가 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이의 사생활'에서도 읽어본 적이 있고 사실 기분이 좋을 때의 기억이나 학습 내용이 오래가는 것은 경험 상으로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바꿀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계발하는 것이 빅뱅을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은 일화는 제멜바이스와 파스퇴르의 이야기였다. 둘 모두 미생물에 관한 같은 주장을 펼친 인물이지만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론을 펼친 파스퇴르는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이 되었고 그렇지 못했던 제멜바이스는 최후까지 고통을 겪으며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우직한 과학자에 해당하는 제멜바이스에게 동정이 많이 갔지만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이고 내가 혁신적이고 올바른 주장을 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좋은 주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점에서 뇌의 속성을 잘 활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았고 결국 인류의 복지에 이바지한 파스퇴르의 일화를 깊이 새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