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한 구절인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면 남도 소중히 여기게 되는 힘을 갖게 된다'는 말이 자존감의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무석의 '자존감'처럼 친근한 문체로 쓰여진 것은 아니지만 자존감에 관해 보다 분석적이고 다각도의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심리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낮은 자존감의 증상'에서는 내가 자존감이 낮아 불편함을 겪었던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낮은 자존감을 나타내는 이유'에서는 내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자존감이 훼손된 원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다 선명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낮은 자존감은 어떻게 붙잡을까'는 앞으로 나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이루어내야 할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임상 사례 뿐만 아니라 고전,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예시들을 들어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찾게 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삶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문제를 불편하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묻어두려하거나 그것이 문제인지도 인식을 못하는 것 보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고 책을 집어 든 사람들이 훨씬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나 소소한 심리적 문제들이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안 지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낮은 자존감의 문제를 깨닫고 자존감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치유가 많이 일어나게 되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지나치게 모호하고 비현실적이었던 기대를 낮추고, 내 과거의 상처들은 어렸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음을 알게 되자 나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다. 내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도 나 자신의 일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머릿속을 늘 지배하고 있던 괴로운 상상-즉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 꽂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떨쳐 내고 '내가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나 사랑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어떻게 사랑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라는 것, 또 '사랑을 느끼는 감정은 내 것'이라는 당당한 생각이 유용한 설명이었다. 결혼 생활이 꽤 오래 지속된 지금도 남편이 나에 대한 사랑을 보다 가시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에 실망한 날들이 많았다. 그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사랑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거절과 거부, 환영받지 못한 나', '자기 파괴적 행동과 습관', '자기 개방과 자존감', '친밀감'에 관한 부분은 나의 상황과 가장 부합되는 설명이어서 공감이 정말 많이 되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가 비합리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상처복구 작업과 충분히 좋은 엄마', '통제감' 등의 개념으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나를 누르고 있고 나를 우울하게 하는 감정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는 글, 그리고 나와 비슷한 임상 사례의 사람을 보다 보니 나의 문제가 보다 정확하게 들어와서 오히려 기뻤다.

나의 경우에는 생산성에 너무 집착하는 것, 자기 개방을 어려워하고 친밀감을 두려워하는 것,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졌다는 것, 통제감을 잃고 쓸 데 없는 일에 빠져있는 때가 있다는 것 등이 늘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책에서는 변화는 느리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끊임없이 저항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한 나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