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이론을 토대로 자존감에 대해 쓰여진 이 책은 마음 속에 진심어린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다. 내가 종교인이 아니어서 신앙에 관련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것만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나에게 휴식과 위로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건네 준 친구 같은 책이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내 안의 문제와 씨름해왔다.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에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생활이 바빠 늘 이 문제는 뒷전에 있었다. 겉으로는 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는 편이었지만 나에게는 대인관계, 업무 등의 모든 일상이 불편했다. 다소 자학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했다. 그러다보니 생활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때로는 몸에서 먼저 불편하다는 신호가 왔다. 하지만 여전히 산더미 같은 일과 업무에 눌려 나는 내 안에서 나는 신호에도 무감각해져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반드시 돌아봐야만 하는 때가 한 번은 오기 마련이다. 내게는 이것이 아이를 키우면서 왔다. 완벽주의를 추구한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 완벽주의는 맹목적이었다. 업무, 시간관리, 체력관리 등은 잘 되면 다행이지만 꼭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육아는 달랐다. 나는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정말로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잘 살리고 배가해주는 괜찮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 풍족하지 못했던 가계, 가정 불화, 형제들과의 마찰 등의 문제를 우리 아이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고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릴 적에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데 엄마가 큰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엄마, 그리고 내가 바라는 화목한 가정, 바람직한 부모 자녀와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내가 기울일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버럭 화가 난다든지, 갑자기 기분이 울적해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심히 공부를 한 덕분에 화를 아이에게 쏟아내거나 비합리적인 언행을 하는 것은 자제할 수 있었지만 무엇이 문제일까를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육아서를 많이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그 종착역은 육아 방법이나 비법이 아니라 '나'의 '자존감'이었다. 나의 자존감이 우선 회복되니, 육아도 인간관계도 업무도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존감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고 나니 이제까지 나를 옥죄고 있던 사슬이 말끔히 잘려나간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임상 경험 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이야기까지 수록이 되어 있어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

자존감을 위협하는 원인을 어릴 적의 경험으로 보는 것을 신뢰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경험이 뭐? 다 잊어버렸잖아?'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유년기의 경험, 감정, 인간관계가 문득문득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유년기에 특히 부정적인 느낌으로 남아있는 경험들이 개인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인정해야 내 열등감의 뿌리를 알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책의 여러 사례들을 읽으며 어떤 사례에는 매우 공감하기도 했고 원인 진단과 해법의 명쾌함에 마음의 묵은 앙금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경험도 했다. 이 책을 세 번 읽었는데 읽을 때 마다 나를 괴롭혔던 어릴 적 나쁜 기억들을 용서하게 되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기분이 든다.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우니까 잘 안 풀리는 일들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는 아량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보다 편안해졌다.

무엇보다도,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버릇을 없애게 되어서 참 도움이 되었던 책인 것 같다. 내 스스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끊임없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 온 나 자신의 모습에서도 자존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