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김병재

 

노래가 좋았다. 기타가 좋았다. 그래서 교회에 특심(?)을 가지고 열정을 낼 수 있었다. 이때가 언제인가? 벌써 14년 전이다. 그래, 그땐 그랬지.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있어서 ‘찬양’이라는 말은 그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사실 머리가 쭈뼛쭈뼛하게 서는 느낌을 즐길 때도 있었고 메시지보다 뒤에 깔린 베이스 음만을 감상할 때도 있었으며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카피하려 난 그렇게 찬양(?)을 많이 들었나 보다. 중학교 시절, 귀가 아프게 듣던 메탈리카와 X-JAPAN, 그 어렵게 구한 테이프를 교회에 다님으로서 버렸는데, 이게 왠 일인가! 고등학교를 입학하여 중학교 때의 만족감을 찬양에서 찾을 수 있었기에 난 좋았다. 특히나 ‘예레미’라는 크리스천 그룹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왜 그리 메탈리카와 비슷하던지…그냥 들어도 귀가 찢어질 듯한 고음으로 “쭈~~~~~~우~~~(‘주’라는 말이다.)”라고 외칠 때면 온 몸이 닭살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의 그 이해할 수 없는 은혜로 개혁신앙을 접하게 되었다. 그 때의 그 감동과 충격, 그로 인해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공부하며 그 크신 하나님의 영광의 진리를 조금이라도 알려 발버둥치고 있다. 이러한 발버둥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찬양’에 대한 발버둥이었다. ‘내가 알던 찬양은 어떤 것이었을까?’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한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신앙의 선배들의 생각을 찾게 하였고 그러한 추적들은 나로 하여금 진정한 찬양에 대한 목마름을 더욱 느끼게 하였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예배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기준들은 지금까지 내가 ‘찬양’이라고 불렀던 그 많은 것들의 대부분이, 너무나 비참하게도 ‘찬양’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주위 사람들과 나눌 때면 뭔가 꽉 막힌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찬양 인도자였던 나에게 사람들은 이것 저것 이야기를 잘했다.

 

“오늘 찬양 좋았어~”

“다음엔 좀 새로운 걸로 부탁해~”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인트로는 어때?”

“악기를 좀 보충해야겠어~”

“워십(율동)도 넣으면 좋겠다~”

 

 예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면 이런 말들로 인해 나는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가지만 자신의 몸이 갈갈이 찢길 줄 모르는 헬륨 풍선처럼. 여하튼 예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이럴수록 난 찬양 인도자의 자리가 힘들었고 매주 찬양을 고르는 것도 커다란 고역이었으며 주일마다 그 자리에 서는 것도 꽤나 힘들었다.

 

 이런 나에게 이번 ‘엔터테인먼트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이하 ‘엔부기’)’는 오래된 친구, 간절히 기다리던 친구를 만난 듯한 책이었다. 만나자마자 봇물 터지듯 이야기하는 것처럼 본서를 읽게 되었다. 수없이 많이 했던 나의 고민들을 저자의 쉽지만 날카로운 글들을 통해 읽는 나에게는 일종의 쾌감마저 느껴졌다. 이것은 교회를 비판하는 그 비판에 의한 ‘쾌감’은 아니다. 이러한 비판서를 읽으면서 나를 위로하는 듯한 인상을 받은 것은 비단 나 뿐만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런 위로를 ‘쾌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난 공감에 공감을 거듭하며 본서를 빠르게 읽어 나갔다.

 무엇보다 전 시리즈들에 비해 핵심에 충실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말씀과 성례전, 예배에 대한 부분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평소에 잊고 있던 예배의 모든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또는 새롭게 알게 되는 귀한 부분이었다. 어쨌든 요지는 이것이다.

 

 ‘인간이 중심이냐, 하나님이 중심이냐?’

 

 참……이러한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이라면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할 질문일 수밖에 없다. 정답은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우리의 예배로 나타내는 것이 어찌 그리 어려운지. 진정 그리스도인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특히나 현재 조국교회의 모습들 속에서 ‘예배’에 대한 재정의-다른 뜻으로의 재정의가 아닌 원래의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성도라면 누구나 반긴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출간된 ‘엔부기’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의 돌아봄을 제공해 준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본서의 내용을 커다란 두 개의 틀로 나누자면 1) 예배의 중심은 누구인가? 2) 예배가 이러하다면 예배의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들로 볼 수 있다. 1번에 대해서는 본서에서나 다른 양서들에서도 동일한 방향과 신학들을 제시하기에 개인적으로 또 다른 논의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2번의 질문에 있어서는 몇 가지 필요한 논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저자가 상당히 많은 수의 논점들을 제시했기 때문에 여기서 다 다룰 수는 없고 두 가지만 보도록 하자.

 

 첫째, 워십송과 CCM의 구분이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1.     회중예배에 사용되는 음악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하며 그 기준은 가사가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찬양인도자의 자리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었다. 특히나 현재 예배에 사용되고 있는 많은 노래들의 가사는 이미 ‘예배’가 아닌 것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중예배에 사용되는 곡들은 특별히 가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자신의 저서 ‘성경적 찬양’을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사입니다. 곡보다 가사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가사와 곡은 함께 있어야 하고, 서로 잘 연결되고 어울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찬송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가사에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그저 곡을 부르는 데만 관심을 보입니다. 이것처럼 해로운 일도 없습니다.”

-성경적 찬양(지평서원), p. 75-

 

 예배는 전인을 요구한다. 특히나 ‘지성’은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예배하는 데 있어서 출입문 같은 역할을 하기에 반드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그것이다. 때문에 사람의 지성을 요구하는 ‘가사’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적 요소’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가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며 그분님이 행하신 일들을 고백할 수 있는 지성적 요소가 전제된다면 ‘음악적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하나님을 노래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지장이 없다. 전혀!

하지만 CCM이라면 경우가 다르다(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건전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요구한다). 물론 가사의 중요성이 요구되긴 하지만 그와 동일하게 음악적 기술이나 운율, 음악적 다양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음악은 하나님의 창조성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도구이다. (‘배음’을 공부해 보라! 정말 ‘음’은 하나님께서 만드시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은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세상이 신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을 들음으로 음악이 드러내고 있는 절대자의 영광과 위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물이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드러내야 하는 것처럼.

기독교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워십송과 CCM의 구분은 마치 ‘성경’교과와 ‘일반’교과의 구분과도 같다. ‘성경’교과는 건전한 신학을 바탕으로 ‘종교성’(표현하자면)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지만), ‘일반’교과는 비록 그것이 기독교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연법칙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 특성에 맞게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일반은총’ 안에서 그 어떤 학교보다 깊게 학문하며 사고하는 것. 이러한 점들이 위에서 언급한 워십송과 CCM의 구분과 상치될 수 있는 부분이다.

 

2.     ‘락’은 예배에 사용될 수 있는가?

 저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클래식과 락을 비교하며 락이 인간에게 미치는 ‘최면’을 락의 4가지 특징에서부터 시작하여 추적한다. 1)일정한 코드 패턴, 2)강한 비트, 3)짧은 주 멜로디, 4)리듬 그리고 단순한 가사, 이렇게 4가지이다(P. 51). 일단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 2)번이기에 이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1), 3), 4)번은 언제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클래식은 주로 정신을 자극하고 락은 육체를 자극하는가? 여기에 관해서는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클래식을 들을 때 더욱 전율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필자가 아는 지인들 중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의 자극면에 있어서는 락과 클래식은 그리 차이가 없다.

핵심은 ‘최면(필자는 ‘중독’과 같은 뜻으로 해석한다)’인데 필자는 모든 음악이 ‘최면’의 단면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저자가 언급한 과도한 볼륨, 극히 짧은 주 멜로디, 무한 반복에 대한 부분은 크게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봐서 이것은 장르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장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필자도 하드락이나 메탈, 마이너 코드의 락, 랩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솔직히 신자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지엽적 문제 때문에 ‘락’자체를 사장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강조점’이다. 현 시대가 감성과 중독(음악적으로는 ‘후크’)을 크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장르적으로 봤을 때 부드러운 ‘모던 락’은 예배에서도 허용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더 많은 부분을 논의하고 싶지만 필자의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기에 다른 분들이 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저자의 저서를 대부분 읽은 필자로서는 저자의 거의 모든 질문들을 환영하는 바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하나님의 교회를 바른 예배와 신학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귀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저서도 마찬가지다. 읽기는 쉽지만 읽고 나서 무거운 책은 보기 드물다. 그래서 옥성호 형제의 글은 드문 글이다. 언제나 귀한 글들을 통해 아무 생각없이 있었던 필자를 흔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끝으로 ‘락’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2년 전, 출애굽기 15장을 읽으면서 모세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부분을 읽었다. 참 가슴 떨리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곡이 없음을 알게 된 필자는 곡을 만들고 싶어졌고 비참한(?)실력으로 순수한 마음에 휩싸여 곡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가사는 거의 그대로 성경말씀을 인용하려 애썼고 음악적 운율 때문에 문맥적 의미가 파괴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목회자 두 분께 가사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나서야 곡을 부를 수 있었다. 장르는 옥성호 형제가 언급한 ‘락’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과 가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락’이라고 생각했기에 내린 처사였다.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악보를 올리는 것은 예배를 회복하고 싶은 한 죄인의 몸부림이라 생각해 달라. 많은 분들이 볼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올바른 신학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면, 극히 인간적이며 하나님을 예배하지 못하는 곡이라면 완전히 없앨 각오는 되어 있다. 함께 이 곡을 불렀던 성도들에게도 사죄할 각오도 하고 있다. 바른 예배를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 값없이 의롭다 칭함 받은 필자의 행동을 막을 수 있겠는가?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의 의견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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