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개혁자 요한 칼빈>을 읽고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교회를 다니며 마냥 신나던 시간을 지나 회심하여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될 때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성경이 묘사한 세리 마태의 회심 사건(누가복음 5장)은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며 우리 주님의 ‘주되심(Lordship)’을 숙고하게 하였다. 또 그렇게 신앙에 대한 고민은 필자로 하여금 강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며 성경과 신학에 대해 몰두하게 하였다.

하지만 정규 신학교에서 공부하지 못한 평신도로서 무턱대로 성경을 공부하기도, 두꺼운 신학서적을 읽기에도 두려움이 앞섰다. ‘과연 지금의 방향과 방법이 맞는 것인가, 만약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어찌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나를 더 큰 두려움으로 몰아가고 있을 무렵, 앞 선 신앙의 선배들의 전기를 읽어보라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충고였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일을 계기로 처음 접한 전기 비슷한 책이 ‘쉐퍼의 편지’였다. 이 책은 전기는 아니었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상하게 편지를 보낸 한 목회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책이었고, 특히나 쉐퍼 자신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다음 말씀과 함께 이 후로 신앙의 선배들의 전기는 필자를 바른 길로 이끄는 또 하나의 귀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는 길에 서서 보며 옛적 길 곧 선한 길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리로 행하라 너희 심령이 평강을 얻으리라(렘 6:16)

 

 2010년 종교개혁 기념주간(10월 마지막 주)을 맞이하면서 또 한 권의 전기, 아니 평전을 집어 들었다. 바로 본서인 정성구 교수의 『요한 칼빈』이었다. 칼빈에 대한 전기는 테아 반 할세마의 ‘이 사람 칼빈’과 T.H.L 파커의 ‘존 칼빈’등을 이미 읽은 상태였다. 하지만 또 다시 칼빈선생에 대한 평전을 집어 든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향해 몸부림쳤던 선배를 닮고 싶은 부족한 후배의 마음때문이었으리라.

 본서는 존 칼빈에 대한 전기나 평전 중 가장 쉽게 집필되었다고 생각된다. 오랜 세월을 칼빈 연구에 몰두한 한 학자가 평신도를 위해 집필한 노력이 역력히 묻어 나는 책이었다. 수많은 주제에 대한 짧은 글들이 모여져 있는 본서는 두 가지 정도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첫째, 정말 쉽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본서는 진정 ‘평신도’를 위한 책이다. 여타 다른 책들과 달리 학문적인 느낌이 거의 없고 각주와 미주가 없다. 물론 학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각주와 미주가 없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만큼 쉽게 읽히도록 쉬운 문체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고등학생 정도의 독자도 본서를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세대의 신앙을 고민하는 부모나 교사라면 본서를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도 좋겠다.

 둘째, 칼빈의 여러 가지 면을 볼 수 있다. 300페이지 남짓한 본서에는 약 50여개의 작은 주제들이 나와 각각에 맞는 칼빈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짧은 이야기들이 묶인 것이 사실이고 주제에 대한 약간의 무리한 연결성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칼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함의 이득이 있다. 종교개혁자 칼빈의 특성상 뚜렷한 칼빈의 국소적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을 생각한다면 본서는 칼빈에 대해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큰 유익이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던 부분은 칼빈의 경건과 학문, 신학과 삶, 교리와 경건의 하나됨이었다. 물론 하나님을 신앙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이 쓰이고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이지만 이는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칼빈에게 있어서 교리와 경건은 분리되지 않았다. 교리는 경건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고, 경건은 교리로서 표현되었다. 교리와 경건, 또는 신학과 삶은 분리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칼빈의 지론이었다……중략……일찍이 칼빈이 제네바 아카데미 설립 예배 시 “이 학교가 경건과 학문이 있는 대학”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는 또한 칼빈이 경건과 학문의 조화가 개혁 신학의 틀임을 강조한 것이다……중략……교리는 곧 경건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경건은 교리의 터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뜻이다.”

-p.130~133-

 

 기독교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필자를 포함한 아이들의 학문과 경건이 하나로 통합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성경이 말하는 ‘앎’처럼, 언제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식이 지식에 머물지 않고 경건과 삶으로 드러나길 소망한다. 이를 위대한 신앙의 선배 칼빈선생을 통해서 배우길 원한다. 모든 신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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