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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하나님의 주권

김병재

2003년 3월. 한참 군복무 중이었던 필자는 꿈같은 정기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다가 깜박 졸았던 순간 TV에서는 멋진 전쟁영화를 했었다.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그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되었다는 뉴스 속보였으니 그 때의 복잡한 심정은 뭐라 말해야 할까? 군인의 신분이어서 그랬을까? 인간적 감정의 고조였을까? 전쟁에 대한 막연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그 새벽에 난 울고 있었다. 정확히 묘사하진 못하지만 아마도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전쟁’이라는 현실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되는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과 혼란, 그에 따르는 미련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와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이 비단 나 뿐이던가! 이런 의미에서 실제 전쟁을 경험하고 그러한 역사의 한 가운데서 살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성경에서 찾고자 했던 저 위대한 설교자 로이드 존스의 저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질문에 대한 성경적 해답의 실마리로 다가온다.

본서는 저자의 다른 저작들(설교들)과 마찬가지로 성경이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현상에 집중하는 것을 철저히 반대한다. 본서는 그러한 현상의 깊은 뿌리를 찾아내어 그에 따르는 성경적 해답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본서는 예전에 쓰였지만 현재도 악한 영향력을 미치는 많은 잘못된 신학들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는다. 혹자는 로이드 존스의 결론이 너무나 뻔하다는 (성경적이며 영적이라는)이유로 그를 비판하곤 하는데 이는 참 미련한 짓이다. 어떤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그가 그리스도인인가? 사회복음주의의 처절한 영향력에 물든 이 땅의 교회들은 인간의 구미에 맞는 구체적이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답변들을 통해 사회적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러면서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교회인가를 질문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질문인가? 본서의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며 이에 대한 작은 해답이라도 얻길 원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본서의 핵심은 4장과 5장이다. 1장부터 3장까지는 4장과 5장을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평 또한 4장과 5장에 집중하여 몇 가지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1. 질문의 전환

본서의 핵심적 질문은 “하나님은 왜 전쟁을 허용하시는가?”이다. 이는 꼭 전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부딪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꼭 한 번쯤(필자는 수도 없이 하고 있다.) 하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질문 자체를 반문하며 필자의 가슴을 후벼 파고든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평화를 누릴 어떤 권리가 있는가? 우리는 왜 평화를 바라는가?” –p.111-

이 질문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대답은 믿음의 선진들이 고백했던 그것과 동일해야 할 것이다. “오 주님, 내가 죄인입니다. 나를 떠나소서, 오 주님, 내가 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본서는 다시금 우리를 처음으로 인도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철저한 죄인이다!! 인간이 인간의 처지를 알지 못한 채 말하는 그 어떤 달콤한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철저하게 ‘비관적인 세계관(p. 110)’을 말하는 성경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왜 인간이 중심이 되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가? 과거나 현재나 인간은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에 대항하는 불신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2장).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평화의 시대를 바라야 할 유일한 근거를 말해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는 그보다 더 고귀한 목적을 위해 진정으로 평화를 열망해야 합니다. 곧 경건하고도 거룩한 삶을 영위할 기회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 자신을 믿음 위에 세우는 데 충분히 시간을 사용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하여 평화를 열망해야 합니다.” –p. 112-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질문을 전환해야 하는 목적, 우리가 죄인임을 깨닫고 은혜로우신 하나님께 평화를 간구해야 하는 목적의 최우선은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고도 거룩한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믿음을 세우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오, 이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진정 가슴 떨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 거룩하시며 공의로우신 하나님

필자는 본서를 통해 거룩하시며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징벌이 다음 세상으로 미뤄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 이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벌을 받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보면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중략…..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죄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도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자신의 개인적인 죄의 결과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죄의 결과를 거두어야만 합니다.” –p. 120~1-

물론 인간의 죄에 대한 형벌이 이 땅에서 모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만약 그렇다면 지옥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땅을 살아가는 인간은 인간의 죄로 말미암은 결과들-전쟁, 질병, 재난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속성을 드러내시는 일임을, 이것이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가운데 일어나는 현상들임을 인간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본서를 읽는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공의로우심을 찬양하길 원한다.

3. 그래도 오직 성경

저자는 5장을 통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집중해야 할 진정한 행복인 그 무엇을 제시하는데 이는 바로 ‘성경’에 대한 진술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들을 추종한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목회자의 교회는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드는 시대이다.

“평화로울 때에는 그런 것에 시간과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시련과 고통이 몰려오고 위기와 압박을 당할 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학적인 논제나 논리를 따지는 진술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의 말입니다. 신경이 쇠약해지고 정신이 지쳐 있으며, 감정이 상처받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사람들에게 ‘신학 책 같은’ 말이나 하는 것은 잔인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지고 밝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와 고민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를 부드럽게 달래 주고 진정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평소에는 상관없겠지만 고통을 당할 때에 신학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p. 134~5-

이는 진정 통탄할 노릇이다. 평화로울 때는 하나님께 집중하며 혼란스러울 때는 인간에게 집중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기독교 강요’의 탄생은 어불성설이다. 칼빈은 인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독일어 성경’의 번역은 어불성설이다. 루터는 인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성경의 탄생은 어불성설이다. 구약과 신약을 살아갔던 성도들과 성경 저자들은 인간이 아니냔 말이다!

“사도는 그리스도인의 행복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과 환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 진리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따져 보고 숙고한 결과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바뀌거나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모호하고도 일반적이며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p. 138-

어떻게 보면 이 시대는 평화의 시대이다. 역사 가운데 지금처럼 부유했던 시대가 어디 있는가? (물론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위로와 격려와 자기 긍정과 적극적 사고방식과 교회를 통한 유토피아를 말한다. 성경과 성경의 교리와 신조들은 집어 치우고 너 좋고 나 좋은, 그렇게 두리뭉실한 감성적 그리스도인들이 되자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바란다면, 조금이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바란다면, 이 처절한 죄인의 깊은 가슴에서 요동치는 성신님의 강력한 진리를 향한 외침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시대가 변하고 알 수 없다 한들 처음과 나중되시며 영원하신 하나님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변하시지 않기에 하나님을 신앙하는 그리스도인들 또한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본서를 통해 저자와 함께 다음과 같이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겪은 고난 중에 단 하나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 없으며, 그 모든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고난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영적 굼핍함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분의 놀라운 은혜’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p. 158-

오직 하나님께 영광!

*특별히 언제나 출판의 방향과 일관성을 지켜주는 ‘지평서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평서원과 같은 출판사가 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진실한 신앙에 대한 숙고를 가질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