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콩쥐팥쥐 이야기를 읽은 것은 아무래도 까마득한 옛날인가 봅니다. 다른 전래동화는 다 있는데 집에도 책이 없으니 제가 아주 어렸을 때나 읽었겠지요. 아니, 어쩌면 제대로 읽은적이 없을지도 몰라요. 어릴 때 `모여라 꿈동산'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서 매일 보여주는 인형극을 본 게 다일지도 모르지요.

 

얼마 전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도전, 골든벨'을 한다고 도서 몇 권의 제목이 적힌 종이를 가져왔더군요. 무지개 물고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강아지 똥...등등 거의 집에 있거나 없는 건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콩쥐팥쥐는 다른 친구가 먼저 빌려 갔는지 도서관에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제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콩쥐팥쥐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런데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콩쥐네 집에 새엄마가 팥쥐를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팥쥐 엄마가 콩쥐에게 시킨 고된 일 중에서 깨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으라고 시킨 일 뿐이더라구요. 아무리 기억을 쥐어짜도 결국 깨진 항아리를 두꺼비가 막아준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아이에겐 그 부분만 주입식으로 되풀이해서 말해주고, 콩쥐팥쥐책을 한 권 구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명색이 콩쥐팥쥐가 우리나라 대표 전래동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다섯 손가락안에는 들텐데 제대로 읽어야겠다 싶었지요.

 

헌데 마침 헌책방에 깊은책 속 옹달샘 출판사에서 출간된 콩쥐팥쥐가 천원이라는 가격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사실 콩쥐팥쥐를 검색하니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많은 책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아직 여섯살인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골라보니 몇 권으로 추려졌는데요. 아무래도 이 책을 선택한 건 착한 가격과 함께 들어있는 cd 때문이예요.

 

아이는 책을 받자마자 cd를 틀어달라고 조르더니 들려준 cd가 재미있는지 얌전히 앉아서 몰입해 듣더라구요. 책을 읽어 줄때도 cd에서 나온 팥쥐의 목소리는 왜그렇게 남자 목소리 같냐고 흉내까지 내면서 재밌어하구요.

 

이야기를 읽어보니 콩쥐팥쥐는 한국판 신데렐라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약한 새엄마가 콩쥐에게 엄청난 일거리를 주고 팥쥐랑 고을 원님의 잔칫집에 간 이야기, 두꺼비와 참새, 그리고 선녀의 도움으로 잔칫집에 갈 수 있었던 부분, 그리고 잔칫집에서 급히 돌아오다가 꽃신을 한짝 떨어뜨렸는데 꽃신의 주인을 찾으라는 원님의 명으로 콩쥐가 꽃신의 임자라는게 밝혀지고 원님의 색시가 된다는 줄거리에요.물론 콩쥐가 원님의 색시가 된 후에도 팥쥐 모녀는 콩쥐를 연못에 빠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만요.

 

한가지 아쉬운 건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바로 콩쥐의 얼굴인데요. 팥쥐엄마나 팥쥐의 얼굴은 인물의 성격에 맞게 잘 표현되었는데 콩쥐의 얼굴은 아무래도 너무 턱이 뾰족하고 코도 뾰족한게 조금만 더 우리네 민족의 동글동글한 얼굴상으로 표현했으면 좋았겠다 싶었어요. 콩쥐팥쥐는 우리나라 옛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