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곤충 좋아하세요? 전... 아니예요ㅜㅜ;; 

저는 어린 시절을 산과 논두렁 밭두렁이 있는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온갖 곤충들과 벌레들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도 웬지 곤충을 좋아할 수가 없더라구요. 물론 어릴 땐 파리, 모기쯤은 손바닥으로 탁, 쳐서 잡는게 일도 아니었지만요.

 

요즘 아이들은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곤충을 별로 접할 기회가 없지요. 우리 큰아들만 해도 이제 얼마 후면 고등학교에 갈 녀석이 어쩌다 집 안에 파리나 귀뚜라미 한 마리만 들어와도 소리소리지르고 날뛰며 난리랍니다. 엄마보고 빨리 잡으라고 하면서 말이죠. 머리를 마구 흔들고 두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으악~ 으악~ 거리는 걸 보면 얘가 무슨 정글 속에라도 있는 줄 아나, 싶다니까요^^

 

이 책은 자연 속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단계에 있는 메뚜기가 늘 겁먹고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가다가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죽을 때 죽더라도 당당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실 그림책이라 그리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지요.

 

메뚜기는 커다란 바위 꼭대기로 올라가 대담하게 햇볕을 쬡니다. 그러자 금방, 무서운 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달려듭니다. 바로 그 때, 사마귀도 메뚜기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지요. 아슬아슬한 순간 메뚜기는 있는 힘껏 하늘을 향해 뛰어오릅니다. 그러자 총알처럼 튀어오르는 메뚜기 때문에 사마귀도 거미도 날아가는 새도 모두 총알을 맞은 듯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올라갈 수는 없는 법, 메뚜기는 결국 아래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 이대로 메뚜기의 삶이 한 번의 비상을 끝으로 허무하게 마치고 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메뚜기는 난생 처음 힘차게 날갯짓을 합니다. 다른 곤충들이 엉터리 날갯짓이라고 한 껏 비웃지만 메뚜기는 누가 뭐래도 이제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자기 힘으로,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사실 곤충들도 귀엽게 의인화해서 그려진 여느 그림책들과 비교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무척 징그러울 수도 있답니다. 뱀은 뱀답게 무섭게 그려져 있고, 사마귀는 사마귀답게 한껏 징그러우면서 잔인해 보이고, 거미는 교활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인 메뚜기조차 어찌보면 귀뚜라미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바퀴벌레같이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전에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사자나 호랑이, 곰 같은 맹수조차 책에서만 보거나 동물원에서 갇혀 사육당하는 모습을 보고 애완동물쯤으로 생각한다구요. 친숙하고 귀여운 모습의 동물 친구들이나 곤충들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자연의 법칙과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책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