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가 돌아가신지가 벌써 십여 년이 다되어 가는데 가끔 어릴적 생각을 하다보면 엄마의 모습은 늘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시고 무언가 먹거리를 다듬거나 만들고 계시는 모습이다. 지금은 은평뉴타운이 되었지만 70년대만 해도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걸어 30분은 걸어야 연신내 시장이 나오던 산골 동네였는데 그곳에서 고시생들 하숙을 받는 일을 하셨기에 내가 `이모'라고 부르던 아주머니 서너분과 365일을 매일같이 하루 세끼 음식을 만드셨다.

 

그때는 정말이지 고기와 생선을 빼곤 거의 모든 먹거리를 집에서 직접 길러서 먹었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물론이고 배추, 무우, 열무도 집에 있는 밭에서 뽑아 김장을 담그고 여름엔 오이, 가지, 고추, 상추까지 밭둑을 알뜰하게 심어 먹던 기억이 난다.

 

가을엔 마당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깻단을 털던 기억, 한여름 평상에서 집에서 담근 오이지로 금방 무쳐낸 오이지에다 물 말은 밥을 몇그릇씩 먹던 기억, 밭에서 금방 뜯어온 상추를 씻어 물기를 탁탁 털어가며 고기도 없이 쌈싸먹던 기억, 그리고 요즘엔 구경도 할 수 없는 껍데기가 연하고 노란 알이 고소하게 톡톡 터지는 토종 옥수수를 한 솥 가득 쪄놓고 먹던 기억, 가을 내내 떨어지는 도토리를 주워 마당 한 켠에 놓인 물이 담긴 항아리에 모았다가 도토리묵을 쑤던 모습, 거기다 두부까지 직접 만들어 만들어 먹었을 정도였다.

 

그때는 다른 집들처럼 소시지 반찬 하나를 안해주고 삼시 세때를 푸성귀 반찬으로만 해준다고 얼마나 투정을 부리며 편식을 했었는데 이제야 그 때 그 투정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였는가를 깨달았다.

 

시부모님이 안계시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얼마 안있어 친정 엄마까지 돌아가시자 나는 혼자서 아이를 셋씩이나 키운다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된장 고추장은 물론이고 김치까지 사다먹고 있다. 식구들 입맛도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해주는 대로 따라가게 마련인지 각종 나물 반찬과 장아찌, 된장국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그저 달걀과 햄, 오뎅, 그리고 고기반찬을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오이지도 세 개가 들어있는 한 팩을 사서 무치면 나 혼자 일주일이 넘게 먹을 정도니 뭔가를 내가 직접 담가 먹는다는 건 쓸데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이지 하나만 봐도 포장지의 뒷면을 들여다 보면 뭔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저 소금에 식초, 설탕을 조금 넣고 삭히면 되는 것 아닌가? 무슨무슨륨이니, 무슨무슨산이니, 무슨무슨액이니 도무지 알수도 없는 첨가물들이 왜 그렇게 많이 들어가야 한 단 말인가.

 

하지만 이 책에도 나와 있듯 그렇다고 모든 것을 예전처럼 직접 길러서 재배해 먹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덜 나쁜 것,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골라서 해먹을 줄 아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친환경 음식 백과>는 제목 그대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백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각종 채소와 육류, 그리고 간장 된장 고추장, 거기다 아이들의 군것질거리까지 우리가 먹는 모든 것에 대한 성분과 설명이 각 제품별로 비교하면서 자세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제품 선택에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내가 그동안 대형마트만을 고집하며 마트에서도 업계 1위의 대기업 상품의 이름값만을 철썩같이 믿고 샀던 쇼핑 습관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를 깨달았고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져야할 주부로써 `남들도 다 먹는데, 뭐...' 하며 좀더 확실하고 꼼꼼하지 못했던 게으름을 반성했다.

 

<친환경 음식 백과>는 막연했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든든한 우리집 건강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