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울분과 스스로에게 요거밖에 되지 않았냐는

질책으로 인한 초라함으로 한참을 소리 내어 울고 난 후,

​마음의 여럿 찰과상을 입은 상처에

치료연고제를 바르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글과 문장이 깊이 들어오지 않고 겉돌았다.

​퉁퉁 부은 눈두덩이만큼이나

​내 속에서 둥둥 떠다니며 앉을 곳 몰라 하는 글이나마

읽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여의치 않았기에 그저 그 행위를 반복했다.

 

갑작스런 소낙비에 큰 물길 잡아 흐르던 강물도

비 그치고 시간이 지나면

그 수위가 차츰 낮아지고 물살에 누웠던 수초들도

서서히 고개 드는 것처럼

내 마음의 격동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랑’

흔들리던 시선으로 제대로 읽히지 않았던

혜민 스님의 깨달음에 대한 잔잔한 글이

천천히 스미기 시작하면서 더 마음이 진정되고

밉고 억울했던 울분들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상황에 대한 반감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결과의 원인으로 반추한 내 생각이 어설프고 미성숙했다.

​어쨌든 손 안에 펼쳐진 결과의 당사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음으로,

​원인 또한 내게서 찾았어야 했는데

자꾸 다른 이에게 과오를 돌리려는 헛짓거리가

더 나를 누르고 사납게 했음을 깨닫는다.

 

책이 주는 많은 이점 중에서

내가 책 읽기를 놓거나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연코 이런 것이다.

​자가진단하고 스스로 치유법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점.

 

누구나 완벽하게 불완전한 우리들이

이 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시간과 내 시간이 한데 섞이고 어우러져 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혜민 스님은 이 책에 담았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관계들로 인한 갈등과 분노,

​고통,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힘겨움을 견디고

세상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민낯이 보인다.

 

힘들어도 괜찮은,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괜찮은,

​그런 나와 당신이 될 수 있는 마음의 치유를 돕는

혜민 스님의 작은 지혜들이 여덟 키워드로 뭉치뭉치 곳곳에 놓았다.

 

세상의 무수한 이해관계를 초월하게 하는 힘은 사랑이며,

사랑하는 이유 말고는 그 어떤 이유도 앞에 놓일 수 없는 자애,

 

누구나 이 생을 처음 살아가는 어설픔으로

여러 문제점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관계,

 

사랑한다면 따스한 시선 맞추고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힘들어하는 당신 옆에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이 되는 공감.

 

인생의 실패를 통해

삶의 역동성을 느끼고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의욕을

북돋게 하는 힘의 근원은 용기,

​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

세상의 절벽 끝에선 이의 마지막 구명 낙하산이라는 이름의 가족.

​

내가 나의 초라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거나

다른 이로부터 아프게 상처 입었을 때

스스로 진단내리고 적절한 처방전으로 치유하는 시간을

내 앞에 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

​다름 아닌 각자마다의 자가 치유,

​

우리 안에 고유성을 깨우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지만

잔잔한 수면위의 일정한 물결을 만들 수 있는 당사자는

내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계기의 본성.

​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의무를

져버리지 않아야 한다.

​못나고 허점투성이에 완전 어리숙하더라도

괜찮다고 조금씩 나은 내 모습을 향해

지금도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 수용.

 

이렇듯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여덟 가지의 키워드가 내가 바라고 선택한

원 없는 삶과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한 번쯤을 살아보는 것에 소중한 경험으로 쓰일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여러 종류의 수목이 서로 조화롭게 이루어진 아름다운 숲에

더 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종교인 특유의 경직되고 근엄한 분위기가 아닌

편안하고 다정다감한 따스한 인간미를 지닌 

스님의 잠언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이처럼 따스한 혜민 스님의 잠언들이

지금도 상처 받고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다그칠 많은 이들에게

치료제가 되어 솔솔 스몄으면 좋겠다.

 

끝으로 책을 마무리하며 건넨

스님의 말씀이 인상적이고 닮고 싶어 옮겨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고

완벽하진 않아도 사랑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도자로 정진하겠습니다.”

 

 

행복의 꽃과 지혜의 빛이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고루 스며들길. 

                                                     

https://blog.naver.com/loving202/221357123649

 

 

나에게 흠이 좀 있어도 괜찮아요.

어떻게 우리 삶이 학처럼 하얗고

깨끗할 수만 있을까요?

살다 보면 몸과 마음,

​관계에서 흠집이 날 수 있어요.

흠이 생길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결점 없는 삶보다는

실패와 상처 속에서 성장하는 삶을 택하세요.

                                      p26

​

인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기다리면 다음 번 버스가 또 올 줄 알았는데

버스 노선이 아예 바뀌어버려

버스를 영영 못 타는 경우가 생겨요.

언젠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거,

​생각났을 때 바로 해보세요.

                                       p132

 

장작에 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장작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장작들을 빈 공간 없이 너무 촘촘하게 붙여놓으면

숨 쉴 공간이 없어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우리 삶도 이처럼 쉼의 공간,

​비움의 시간이 없으면

아무리 귀한 것들로 가득 채웠다 해더라도

그것들을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귀한 삶의 완성은

우리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보다

비어 있는 쉼의 공간이 만들어줍니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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