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이전까지 책을 읽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고개를 딱 멈췄다. 이게 가능한가? 정말 그래?

‘에이, 설마. 교수라는 사람이 어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어?

​순 구라쟁이네. ​생긴 이미지도 딱 그렇게 생겼어.’ 로 시작된

의심 가득한 내게 그의 글은 순식간에 읽혔다.

​아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고 소리없이 그러나,

​웃음은 이와는 별개로.

 

책 표지에 짖 궂은 소년의 표정으로

약간 빗겨간 고개 짓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어서

그를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지경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딱 교수답다.

​어릴 적 그리 호감형으로 생기지 못한 외모 탓에

그렇고 그런 수난의 시절을 말없이 조용하게 책을 읽으며

차근차근 삶의 지혜들을 모으고

뜻한 바 있어 기생충학을 연구하게 된 학자, 서민.

 

하지만,

몇 페이지만 읽어도 보여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의

진리를 또 깨닫게 된다.

​그의 이미지에서  볼 수 없는 내면의 깊숙한 울림들이

계속해서 글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정도 얘기하면 너무 까발리는거 아냐?

​이러고도 학생들 앞에서 수업할 수 있을까?

​ 창피함을 수준이 과연 어디까지지?’ 하는 생각과 심지어 안타까움마저 든다.

하지만 곧 독자는 알아챈다.

​그의 양말 목 뒤집어 보이는 듯 솔직한 표현에는

그보다 더한 자신감과

과거 자신의 미욱함이 아닌

현재의 성숙함을 채워가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임을.

 

기생충학자,

외모 콤플렉스,

10년 동안 글쓰기 지옥훈련으로 그나마 글을 좀 쓴다는,

기생충관련 책 두어 권을 모두 말아먹은 저자,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서울대 의대 졸업, 한양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서민.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만 봐도

그의 지나온 삶이 그리 평화롭지만은 않았음이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음울하고 어두웠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마음의 상처가

살아가면서 풍성한 글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초 긍정의 그.

 

외부의 억압과 상처로부터 자신이 눌려짐에 항복했으면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버텨야했고 살고 싶어 했다.

​그거도 아주 근사하고 멋지게.

​다른 이들과 비추어 자신이 특별한 재능이나

잘하는 것 또한 별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뭔가를 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스스로의 자존감이

그를 성장시켰다.

 

​스스로를 잘 지켜낸 힘은 ‘글쓰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서민교수.

그가 자신의 부끄럽고 창피해서 공개하고 싶지 않았을 듯한

에피소드를 거리낌 없이 낱낱이 표현한 건,

자신을 성장시키고 좌절하게 하는 것은

외부의 그 어떤 조건이나 환경,

​다른 이들의 비난이나 비아냥이 아닌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을 기르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그의 대단하고 특별한 이력,

또한 평범한 기준에도 못 미쳤던 자신이 이루어낸 것처럼

다른 이들도 못해낼 것이 없다는 점을 말이다.

​단지 실행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인내력.

​그리고 목표를 잃지 않고 무턱대고 그냥 계속 가보는 것.

​어쩌면 쉽게 포기하는 우리의 약한 의지력과

명확한 목표를 세우지 못하는 나태함을 우리들 스스로 깨닫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눈꼬리 아래로 쳐져 더 해맑은 소년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글에는 힘이 실려 있다.

​논리력도 탄탄하고 왜 글을 쓰고자 지옥 같았던 10년의 시간을 견디고 지나왔는지

그의 목표와 이룸에 대한 열정이 글속에 잘 스며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은 창궐한데,

​계속 이끌고 나가는 꾸준함이 부족하고

그 또한 자신의 탓이 아닌 바뀐 환경이나

여러 다른 이들의 탓으로 돌리는 합리화에 능함을 꼬집는다.

​ 

자신에게 관대함을 곧추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그처럼 10년 동안 꾸준함을 발휘하는 것,

​누구다 다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지금의 그처럼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경계를 만드는 요인이다.

​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에 고민하다가

그나마 글로써 살아남아 보고자 했던 열정을 ‘10년의 지옥훈련’으로 발현시켰다.

​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는가?

​꿈을 발현시킬 목표를 세우고 5년 동안 전념할 투지의 불꽃을 틔워 보는 것.

시도하지 않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이니 나약함을 털어내고 일어나보자.

하늘아래 공짜는 없다.

​

내가 만든 순간순간이

곧 내 세계가 되는 것이다.

 

                                                                         ​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어떤 형태로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데

말로 하는 게 어려웠던 나는 소통방법으로

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0년간 이어진 글쓰기 지옥훈련 덕분이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노트와 볼펜을 가지고 다니며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는 게 지옥훈련의 실체였는데,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쓰면 쓸수록 글이 나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자라면서 매년 열 권 정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5년 정도의 지옥훈련으로도 충분하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글을 잘 쓸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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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_글쓰기, 삶을_바꾼_글쓰기의_힘, 약점을_극복하면_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