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저자인 박완서님

이젠 고인이 되어서 더 이상 새로운 책을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계간지에 소개된 글과 미발표된 글을 엮어서 『노란집』책이 나왔다.

 

첫 장 [그들만의 사랑법]은 노부부의 삶을 짧은 소설 형식으로 그리고 있어

최근에 읽은 『tv동화 빨간 자전거』와 연결 되어 따스한 노년의 정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동부인해서 봄나들이 가는 이 영감마님 자태 좀 보소.

뭐가 그렇게 급한지 영감님을 앞질러 종종걸음을 치는 마나님의 얼굴에

연방 느긋하고도 흐뭇한 미소가 비죽대는 걸 보면

좋은 일이 있어도 여간 좋은 일은 아닌 듯. p22

 

나머지 장들은 아차산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저자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이 장은 『호미』의 두 번째 이야기 같다.

옛 어린 시절 이야기며, 아치울 노란집 정원에 핀 꽃들 이야기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처럼 정겹다.

특히 70살이 넘은 나이라곤 느껴지지 않은 사회·정치에 대한 생각은

요즘 젊은이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최고의 권좌까지 올랐던 분들도 다 시골 출신들인데

왜 그 자리에서 물러난 후 낙향하는 분이 없을까, 문득 이상해진다. p170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 큰 기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노년의 삶을 통해 여유롭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도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 p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