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아니고 정신과 환자를 보게 될 일은 잘 없겠지만 학부 때 정신과 공부를 게을리 해서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이 사람이 썼던 ‘과학 이야기’ 라는 만화를 사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같이 샀다 아주 간단하게 정신과 질환, 용어를 설명하고 쪽수도160쪽 정도로 적고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

 

책을 읽다가 걸리는 점 한 가지는 정신과질환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정신과질환 치료에 있어서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치료의 두 갈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비교적 약물치료 위주로 설명한다. 정신과 질환은 뇌의 화학물질 전달에 이상이 생겨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이 정신병동에서 간호조무사 수련을 받다가 정신질환으로 4년정도 고생하고 자살 충동까지 있었는데 프로작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로작네이션 같은 책도 있고 하니 다른 시각이 궁금하다면 프로작네이션 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래는 그 밖에 정리해 놓은 내용들.

 

∎ 망상

(26) 의사나 보호자가 망상이 있는 환자를 대할 때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망상에 동의하면 망상을 더욱 강화하는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반박하면 반발이나 폭력적 반응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섣불리 동의하거나 반박하지 말고 환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 중요.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는의사와 환자 사이의 치료관계가 형성되고 나서 다음단계에 시작

환자를 설득하여 병원에 다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 환자가 꾸준히 병원을 찾게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

 

∎ 자해

(32) 자해는 단지 남의 관심을 끌려는 행위가 아니다. 여러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대개 견딜수 없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해 직전에는 격렬한 분노와 자기혐오에 휩싸인다. 자해한 사람의 1% 가 다음해 자살한다는 통계. 일반인 자살률의 100배

(39-40) 자해는 정신적, 육체적 측면이 있는 중독

일종의 대처기제로 육체적 상해를 입으면 뇌에서 베타 엔돌핀이 나와 진통효과를 내고 기분이 좋아지며 증상이 완화됨. 육체의 통증은 감정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

자해 환자들은 우울과 불안과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적거림. 육체적 통증이 절망감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

자존감 부족, 절망, 만성 불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함.

(44) 마치 두통이 여러 질환에서 나타나듯이, 모든 정신과적 질환이 자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에서 자해행위가 가장 흔하게 나타남.

자해는 자살과 다르다 – 자해는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의도가 없고 대부분 내적 고통을 줄이려는 목적.

자신의 자해를 감추는데 능숙하고 자살 시도에 비해 가볍게 받아들여져서 병원에 오기까지 오래 걸린다. 남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이렇게 힘들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의미도 있다(?)

- 참고로 이부분은 만화 내용과는 다름. 만화에서는 대부분의 자해환자는 자해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고 서술

환자가 평소보다 깊은 상처를 내거나 자살의도를 표현하거나 환각, 망상이 보이면 입원치료를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아야 함.

치료자는 환자의 자해 행동을 섣불리 비난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신뢰를 쌓아야 하며 환자가 느끼는 생활전반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가족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강화.

 

∎ 반사회적 인격장애

(57) 가장 큰 특징은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죄책감, 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하지 못한다.

치료 동기가 약하다. 그들이 정신과를 방문하는 이유는 치료가 아니라 다른 이득을 얻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필요로 하는 약 처방, 직무태만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록, 범죄 책임을 면하기 위한 법적인 평가, 병역 회피.

심리적 치료시 환자의 특성상 양심의 가책, 후회를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행동 변화의 결과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 치료는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 조현병(정신분열)

(64) 약물을 복용하면 정신분열 환자의 환각증세는 명확히 경감

양극성 장애 환자의 조울증도 리튬으로 확실히 조절.

우울증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생화학적 이상이 분명히 드러난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울적한 기분이 아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정신질환을 다른 뇌질환과 다르게 여기는 것을 옳지 않다. 정신질환은 성격의 문제나 인품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에서 내몰리고 외로움과 소외로 병세가 악화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15-20% 가 자살.

(73) 정신분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폭력성향이 없고 알콜중독자나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면 발병 후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낮다.

(77) 2세대 정신분열증 치료약들은 부작용이 훨씬 적지만 식욕증진, 성욕감퇴 등의 부작용이 있다. 클로자핀은 약효가 아주 우수하지만 백혈구 수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80) 가장 큰 오해는 환자가 여러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것. 그래서 병명을 조현병으로 변경.

발병 초기에는 양성증상 우위 – 환각과 망상

시간이 지날수록 음성증상이 현저 –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바로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환자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 감정 표현이 줄고 표정이 없어지고 말수가 적어지며 사회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음.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비난받기도 함.

유병기간이 길어지면 전기경련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조현 –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것처럼 약물, 면담을 통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

 

∎ 천재와 광인

(99)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섬유 끝 부분에는 음성피드백역할을 하는 자가수용체가 존재. 그런데 전두연합령에는 이런 자가수용체가 없음.

전두연합령은 도파민 신경섬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도파민 신경섬유 끝에 자가 수용체가 없어서 도파민 신경계가 활성화하여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면 정보전달이 더욱 원활해지고 정신적인 생산과 창조가 계속 이루어진다. 하지만 전두연합령에서 도파민이 과도하게 활동하면 창조적 활동이 촉진될 뿐 아니라 균형이 무너져 정신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도파민계의 과잉활동을 정신분열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흔히 정신분열 환자는 비합리적이고, 엉뚱하며 제어되지 않은 사고의 비약과 환청, 환시 등의 증세를 보이는데 이것은 천재적 예술작품의 특성과 유사.

 

∎ 양극성 장애 - 조울증

(108) 과도한 흥분상태와 심각한 우울상태가 번갈아 보임.

환자가 처음 진료받는 상태에 따라 우울증이나 정신분열로 오진되기도 한다.

조증 상태에서는 자기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극심해지면 현실감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정신분열, 자신이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과대망상 증세.

충동적이고, 신뢰할 수 없고, 시끄럽고, 자기파괴적.

우울증보다 양극성 장애가 더 심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조증 기간에 약물남용, 부적절한 성관계. 무절제한 소비 등이 발생한다. 하지만 본성이 아니라 질병의 특성. 조증 시기에 빠른 의료개입과 적절한 치료 필요.

(110) 양극성 장애는 완치될 수 없으나 조증과 울증에 효과가 있는 약이 개발. 증세가 조금 나아지면 약을 끊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들지만 그랬다간 큰일 난다.

재발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법 – 수면, 금주, 카페인 금지, 마약금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주변 사람들이 즉시 그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

(111) 조증상태도 치료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보호자, 환자들이 많다

문제는 에너지를 통제하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하면 환자가 낙인 찍혀서 격리, 고립될 위험이 크다는 것. 주위에서 깊은 관찰과 치료권유가 강조되는 이유

규칙적 약물치료와 규칙적 수면습관 유지.

 

∎ 우울증

(119) 기분유지에 핵심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120) 신경전달물질이 적어지면 우울로 인한 자율신경증상이 나타남.

항우울제는 단기적으로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고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124) 우울증이 찾아오면 의욕이 없어지고 즐거움도 없고 기운이 없고 피로하며 불면,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통,소화불량, 관절통 등의 구체적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

 

∎ 자살충동

(141) 자살시도자 중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95% 가량. 우울증이 80% 조현병이 10% 치매나 섬망이 5%.

자살의도가 있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자살 위험도를 더 높이는 것은 아니다.

자살 위험도가 높은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환자가 거부하더라도 보호자 동의를 받아서 입원시킨다. 대부분 입원당시에는 치료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치료가 진행되면 자기가 왜 죽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의아해 할 때가 많다.

 

 

Written by 근거중심한의학을 통한 역동적 복지국가를 꿈꾸는 한방내과전문의 임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