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한가한 날 오후면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 미술관을 간혹 찾아 다닐때가 있었다.
특히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은 비추는데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인사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작은 미술관을 기웃거리며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풍의 그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한가로운 날에 찾아다니던 미술관을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림을 볼 줄 알아서 찾아 다녔던 것은 아니다,.
그곳에 가면 고요함이 흐르는 정적이 좋고 그림속에 묻어나 있는 물감 냄새도 좋았다.
살짝쿵 곰팡이 냄새나는 그곳의 정취가 좋아서 따사로운 봄날 먼거리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기도 했다.
요즘엔 그런 한가로움은 없지만 좋은 그림, 보고 싶은 그림이 있을때마다 찾아다니는 미술관 기행은 아직까지도 지속 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나의 미술관 기행과는 다른 주제가 있는 박물관에 다닌다. 주제가 있는 박물관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이 깊은 테마가 있는 박물관에 자주 간다.
아이들의 달별 주제에 맞춰서 다녀 본 박물관들을 둘러보면서 새록새록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아이들이 처음 보는 풍경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낙이 있다.
최근에 가본 민속박물관의 우리나라 한복의 변천사라든가 옛날에 쓰던 생활 용품등의 모습들을 보면서 새삼 세월의 긴 흐름속에 변화하는 삶속의 살림들이 많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세월의 변화속에 시간이 묻어나는 물건을들 테마별로 정리해 놓은 박물관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정말별별 박물관이 다 있다.
물건중에 유난히 사연이 있었던 물건을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면 새록새록 그시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더듬게 된다.
과거로의 여행....그래서 박물관에 가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어린날 보았던 실뽑는 물레라든가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할머니의 돋보기 안경집등 지나간 기억들을 떠오르는 물건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의 어린 나를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만난 쇳대박물관, 종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등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도 멋진 물건들이 많은 곳이기에 한번은 꼭 찾아가 보고 싶다.
작가의 삶 속에 묻어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을 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에 글 속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살다보면 나 또한 잊고 지낸 날들을 어떠한 물건을 보면서 기억할 날이 오리란 것을 막연히 느끼며 한가한 오후 2시에 박물관에 가고 싶다....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붉은 비단보’하나쯤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던가. 어디 폭풍 같은 사랑만이 사랑이겠는가. 그리움 한 땀 눈물 한 땀으로 수놓고 꿰매고 이어 붙여지어 낸 오색의 무늬. 그것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그 무엇. 혹은 정인에게 바치는 찬연한 연서인지도 모르겠다. 끝내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누군가 그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면 굳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그것은 이미 예술이다.’
한국자수박물관 P.152
’내가 희구하는 해방과 일탈이란 어쩌면 현실 속의 공간이나 시간이 아니라 단지 일상을 빛나게 하는 꿈이라는 말인가.
다행스럽고도 슬프다. 철마도 목마도 열렬하게 달리고 달려이른 곳. 그곳이 다시 여기라니. 다만 지금의 여기가 어제의 여기와는 같지 않기를 바랄 뿐.’
마사박물관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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