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후진하던 아빠의 차에 아들이 치여서 사망하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아이도 안됐고 천형을 짊어진 괴로운 삶을 살아나갈 그 아빠를 생각하면 슬프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손안에 꼽히는 세기의 발명이라는 바퀴. 그 바퀴를 이용한 가장 유용한 것이 자동차일 것이다. 
그런데 편리하면서도 무서운 이면을 숨겨둔 두 얼굴의 주인공이 또한 자동차이기도 하다.
차조심 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고정욱 선생님의 새 글 <길 위의 수호천사>는 위에 이야기한 일화와 비슷한 일을 겪은 아저씨의 이야기다.
네거리의 왕, 태규의 큰 아버지는 행복 초등학교가 위치한 사랑동 네거리에서 교통 정리 봉사를 하시는 분이다.
어느 날, 검은 차 한대가 네거리에 불법 주차를 하고, 그로 인해 네거리의 교통이 꽉 막히는 일이 발생한다.
달리던 차들도 멈춰섰고, 근처 상가의 주인들도 물건을 제때에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른다.
네거리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태규의 큰 아빠가 이 모습을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대신해
경찰서 차적 조회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다. 막 연락을 하려던 그 순간 안아무인 불법 주차의 차주가 나타나
사과의 말도 없이 오히려 태규의 큰 아빠를 향해 오히려 큰 소리 친다.
결국 지구대까지 가서 소란을 일으킨 검은 차의 주인과 태규의 큰 아빠가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태규는 절규하듯 울먹이며 말한다.
우리 큰 아빠는 아픈 사람이라고,  검은 차를 주차한 그 곳에서 불법 주차한 차 때문에 아들을 잃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고. 

학교 근처는 스쿨 존으로 지정되어 시속 20킬로 미만으로 달리도록 법규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들은 이런 교통 법규를 무시하고 거리를 달린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당부하는 말은 "차 조심해"라는 말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고 외출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차 조심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는 더욱 신경쓰이는 일이 되었다.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안전이 불안한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고가 다 그렇지만 교통 사고는 달리는 차의 속도와 비례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에 
늘 깨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태규의 큰 아빠는 아픔을 겪고 네거리의 왕이자 아이들을 무서운 교통 사고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었다.
늘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내가 직접적으로 겪는 일이 아닌 이상엔 무관심한 일이 안전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가 없다고 어린이 교통 안전에 무관심한 어른은 아닌가.
혹은 학교 앞을 지나면서도 스쿨 존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어른은 아닌가.
고정욱 선생님의 <길 위의 수호천사>는  가슴 뭉클한 사연을 통해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교통 안전에 무관심한 어른들에게 경각심과 깨달음을 주는 감동적이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