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전’, 그 중에서도 동양문학편이다. 전래동화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숱하게 만나보았던 홍길동전, 춘향전, 임꺽정전 그리고 삼국지연의, 서유기, 천일야화에 이르기까지. 익숙하다 못해 어떠한 형태로든 접해 보았을 법한 동양의 고전문학들이 한데 모였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동양문학/서양문학/동양사상/서양사상’이라는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지만,)

흔히 고전을 이야기할 때, 주로 동서양 사상 그것도 서양 사상사에 치우쳐 있던 게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는 우리의 고전에 대한 열등(?)의식과 또 다른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것일는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삶)는 서구의 그것과는 다를 것인데 말이다. 더구나 고전의 본질을 인간의 삶과 시대정신에 대한 숙고와 이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적어도 우리의 고전에 대한 공부가 그 출발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익숙하고도 낯설다.

이 책은 각 고전들의 시대사적 의미, 지은이의 소개와 줄거리 그리고 비평(?)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각 고전들을 직접 접했을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저자의 뒷이야기와 새로운 배경 지식들도 만나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고전들이 하나같이 지은이들의 고통과 수난 속에서 잉태되었다는 점이다. <파한집> 엮은 이인로는 무신정권의 공포 속에서 궁핍한 삶을 살았고, <열하일기>의 박지원은 평생 가난 속에 살았으며, 다산 정약용의 여러 저술들은 대부분 유배지에서 완성되었다.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구운몽> 또한 유배지에서 탄생했으며, 조선의 3대 천재였던 벽초 홍명희,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또한 시대적 암울함 속에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이 책은 독자들의 활용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그야말로 고전의 안내서이자 지침서이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고전의 바다에서 방향성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금 내 위치를 짚어볼 수 있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안내서가 도움은 될 수 있어도 고전 자체를 쉽게 해주지는 않는다. 고전의 바다를 직접 항해해 나가는 몫은 전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