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자연을 한없이 아름다운 경이로움의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철저하게 이용하고 지배하며 군림하려 한다. 이러한 자연관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속에 순응하며 살아 왔던 인류와 자연과의 공존 관계에서 크게 벗어난 채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종(種)이 한 종(種)을 절멸시킬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책의 지역적 배경은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마을 소볼로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자연과 함께 해 온 인류가 그래왔듯이, 이 곳 주민들은 (원주민들과 함께) 자연의 질서 안에서 살아왔다. ‘내가 호랑이를 건드리지 않으면, 호랑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라는 자연과의 암묵적 동의와도 같은 믿음에 의지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카타스트로이카’라는 경멸조의 별명이 붙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자연’ 또한, 인간에 의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고 만다. 인간은 ‘인간의 법’뿐만 아니라 ‘자연’도 경시하는 태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고통은 ‘식인 호랑이’의 출현이라는 분노로 표출된다. 더 이상 자연으로부터 이해와 관용을 기대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일 것이다. 결국 ‘식인 호랑이’는 인간에 의해 잡혀서 가죽이 벗겨진다. 그 ‘식인 호랑이’의 몸에는 이미 무수한 (인간이 설치해 놓은 덫과 사냥총에 의한)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인간에 의해 상처입고 고통 받은 호랑이가 성난 ‘식인 호랑이’로 돌변한 것이다.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 힘이 생태계의 질서마저 무너뜨릴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방향성 없는 무책임한 '힘'의 횡포는 자멸에 이르는 첩경이다. 이 책은 그런 책임을 통감하며 자연의 질서를 스스로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상처받은 자연을 대변하는 '식인 호랑이'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잊어버린 우리에게 자연과의 공존 가능성을 다시금 모색하여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