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쫄쎈’에 들어가 앉은 ‘자찾생’이 된 기분이었다.

‘쫄패’들은 제주도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즐거움을 몸소 보여준다.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유쾌한 ‘쫄패’들을 보며, 나 자신도 염통이 ‘쫄깃’해지는 걸 느낀다. 바로 ‘지금’이 살 맛나는 삶이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지금 도시에서의 내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굴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가족들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어느 순간인가부터 내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져 버렸다.

어쩌면 난 그 이전부터 ‘나’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찾아가기 위한 그 흔한 여정도 난 겪어오지 않았다. 내 삶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인생의 기준으로 삼았고, 막연하게 그려 본 꿈들에조차 ‘하고 싶다’라기보다는 ‘해야 한다’라는 의무감을 앞세웠다. 이제 와서 ‘나’이고 싶은 바람을 다시금 보듬어 나가기엔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만 같다.

내 안의 자리한 상실감에 문득 몸서리치게 고독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도시에서의 삶에 길들여져 순응해 온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여기를 떠나서는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지금껏 나를 이루어 온 것들을 떨쳐내기에는 난 겁이 너무 많아졌다.

나에게 ‘현재’란 미래를 위한 담보로 맡겨진 시간들에 불과했다. ‘현재’란 향유하는 것이라 아니라 투자되고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날 지배해왔다.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그 ‘무엇’이 무엇인지 숙고하지도 않은 채) 인생은 그저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말이다.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현재를 소중히 여기려 애쓰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고, ‘사랑’이 충만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나만의 ‘쫄쎈’을 이루며 살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쫄패’들처럼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형태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삶과 일의 경계가 없고, 나의 행복과 남의 행복이 공유되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