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올해도 또 부질없이 사라져버릴 계획들이지만 몇가지 계획을 세웠다.

물론 그중 단연 상위순위를 차지하는 건, 「독서」 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백권의 책을 읽으면 뭐 인생이 달라진다... 던데

당췌 내 눈엔 그길이 뵈지 않고, 인생 역시......쩝..-.-;;

그러던 참에,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운명을 바꾸는 책 읽기 프로젝트 라지 않은가....

 

미안하지만, 난 <홍대리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줌마인 나에게 별 연관이 없는 내용들도

있긴 했지만, 아줌마건 누구건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 - 어린이편>도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건, 저자에의 믿음이랄까, 이 작가라면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몰라..하는.

게다가 이 책은 저자 2인의 실제 이야기이며, 저자 중 한명은 정회일은 독서를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강변하고 얼핏 보기에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 일단 믿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책을 들었다.

 

책의 주요 골자는, 차근차근 독서습관을 기르고, 독서습관이 길러진 다음에는

공격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전문가의 내공을 쌓으라, 그 과정에서 분명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두권의 책 읽기를 시작으로 하여 100일 동안 33권 읽기에 도전하고

100일 동안 10인의 CEO를 만나 인터뷰 하기, 그리고 1년동안 365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책과의 싸움, 시간과의 다툼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야심차게 따라 실천해보려던 계획을 중반부부터는 깔끔하게 접었다.

100일 33권, 저자 인터뷰, 1년 365권....

저자가 실제로 실천했음을 확인했으면서도, 책의 구성이 소설형식으로 되어 있는 탓에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소 아니 상당히 무리한 과제를, 힘겨워하면서도 해내는 주인공이

그저 소설 속 주인공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으니.... 애당초 실천의지가 생겨나지 않는다.

차라리 에세이처럼, 자신의 실천기를 묵묵히 써내려갔다면 저자의 고민과 불안, 힘겨움이 느껴져

공감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요새 난, 다독보다는 정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독서량을 강조하는 것 역시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물론 단순히 책의 권수만 강조하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양서의 다독을 강조하니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훌륭하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독서는 책 한 권을 선택하면 숙독하여 뜻을 모두 알아 통달하여 의심이 없게 한다.

그 뒤에 다른 책으로 바꿔 읽을 것이요, 다독에만 힘을 써서 이것저것 바삐 읽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정독과 숙독의 독서법을 권하고 있다.  1년에 365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양서 1권을 300번 읽는 쪽을 택하련다.

 

인생을 바꾸어야 할 만큼의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저자가 내내 역설한 독서의 득에 공감하면서도 

따라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책 말미에 실린 추천도서 목록은 참... 마음에 든다.

한권 한권 찬찬히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