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개봉할 경우, 유치하지만 고민을 좀 하게 된다.
소설을 먼저 읽을 것인가, 영화를 먼저 볼 것인가 하는.
글을 먼저 읽는 다면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원작의 느낌을 살렸네 못살렸네 주절거릴 것이 분명하고
영화를 먼저 본다면 나중에 글을 읽으면서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시간을 갖지 못할 것이 분명해서이다.
그래서 대체로 원작소설 읽는 일을 먼저 한다. 상상이라기 보다는 공상이나 망상에 가까우나 잠시라도
내 멋대로의 세상에 빠져있는 일도 제법 짜릿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아이엠넘버포> 역시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가는 중이었다.
자기 전 몇분을 쪼개 읽다보니 흥미진진한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저절로 눈이 감기고 만다.
이삼일정도 잠과의 사투를 벌이며 책을 읽는 사이,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고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엠넘버포>의 예고편을 보고 말았다.
아... 누가 영화를 먼저 보면, 원작을 읽을때 상상이 제한된다고 했던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의 상상력이 나의 공상을 방해할 거라는 간도 큼직한 생각을 하다니.
 - 영화 <아이엠넘버포>는 스티븐 스필버그 기획, 마이클 베이 제작, DJ 카루소 감독으로 액션 히어로 블럭버스터
영화의 진수를 기대해도 좋다고. ^^

최강 비주얼을 뽐내는 영국 출생 주인공 덕에 오히려 공상의 세계에 제대로 빠져들 수 있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본 후, 소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으면서 여림 구용하에 더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처럼. ^^ 

로리언. 눈을 감고 로리언 행성을 떠올린다. 오래된 행성, 지구보다 100배는 나이든 행성이다.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환경 오염, 인구 급증, 식량 부족 같은 문제를 이미 한참 전에 겪었다.
...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나갔다.
총, 폭탄, 유독성 화학물질, 오염물 등 해로운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손상된 것들을 복구시켜 나갔다.

<아이엠넘버포>는 행성 로리언에서 모가도어인의 공격을 피해 지구에 온, 로리언인 존의 풋풋한 로맨스와
치열한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황폐해져 더이상 생명이 살 수 없게 된 모가도어인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행성 로리언을 침략한다.
많은 로리언인이 죽고 행성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로리언의 운명을 이어가기 위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어린 가드 9명과 그들의 보호자 세판은 지구로 탈출하게 된다. 모가도어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분을 속이고 이사를 해가며 로리언으로의 귀환을 꿈꾸는 어느날, 주인공 존은 그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차례가 되었음을 알게된다.  그들의 세번째 공격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네번째 공격의 순서가 되었으며 
그 네번째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공격의 순서는 로리언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정해져 있음을.
 
로리언의 재건만을 꿈꾸는 존과 헨리는 별다른 애정도 없으며 또한 별다른 불만도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오하이오주’에 도착해 세라를 만나면서부터 존의 일상이, 정확히 말해 존의 심장이 달라진다. 
한눈에 반한 세라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존과 세라의 풋풋한 사랑과 모가도어인들의  잔인한 추격, 
그들을 물리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까지, 로맨스와 액션, SF적인 상상력까지 동원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헨리. 

우리가 원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제 전쟁이 시작됐으니 맞서 싸우는 수 밖에 없구나. 있는 힘껏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사랑을 믿는 세라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상관없어. 나에게 너는 그냥 존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난생처음 갖게 된 지구인 친구 샘.

만일 우리 아빠가 위험에 처한 거였다면 난 1초도 망설이지 않을거야

사랑을 지키고, 일상을 지키고, 로리언을 지키고 싶은 존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파라다이스가, 진짜 친구가, 여자친구가 좋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상대가 모가도어 인이든, 헨리든.

<엑스맨>처럼 놀라운 초능력에만 집중하지 않고
<트와일라잇>처럼 달달한 로맨스에만 집중하지도 않은, 
적당히 균형잡힌 시소를 탄 듯 상상과 일상을 안전하게 넘나드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를 아껴쓰자는 뉘앙스는 필자가 의도했다면 거북하지 않게 수긍할 수 있었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행간에 숨은 의미를 찾았노라 귀띔해주고 싶다.

잔치가 끝나고, 마당에 널찍하게 펼쳐둔 멍석을 절반 쯤만 접어 한켠에 밀어둔  듯한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는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결말이 오히려 반갑다.
원작 탐색을 마쳤으니, 이제는 영화 탐색을 나설 차례구나.^^




아이엠넘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