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는 1931년에 태어나 2011년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으신 분이셨어요.

작가는 생전 사시던 경기도 구리시의 집을 아치울 노란집이라 칭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노란집에서 쓰신 글을 작가가 고인이 된 2년후 작가의 큰따님께서 내 놓은 것이라합니다.

서문에 따님께서 어머니를 회상하시기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경쾌함과 진지함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를 마음 깊이 아끼고 존경한다"

고 하신 부분에서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그리움이 묻어나 뭉클했네요.

위의 그림은 이철원 화백께서 글의 내용에 맞게 박완서 작가의 모습들을 동화처럼

그려 놓으셨는데요.

책을 읽는 중간중간 정겨운 삽화의 재미도 함께 할수 있어서 좋았어요~

글의 시작 에서는 주로 노부부의 일상을 내용으로 담았는데요 굴비로인한 토라짐(전화 통화하고 나니

영감님이 비싼 굴비 혼자 다먹은 사건)도 재미있었구요...

막걸리 한잔 걸치며 영감님과 마나님이 나누는 그들만의 지극한 사랑법도

노부부의 삶을 엿볼수 있어 좋았어요.

(p38)"마나님에게는 영감님이, 영감님에게는 마나님이 아무하고도 바꿔치기 할수 없는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람인 까닭은 반세기가 넘게 한이불 속에서 살을 맞대고 살아온

사이여서라기 보다는 더 긴 세월을 같은 시대,

같은 문화권에서 살았다는 흉허물 없는 친밀감 때문이 아닐까."

또한 나이를 먹음으로 오는 노쇠현상을 적어 놓으셨는데요...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는거, 아주 먼 옛날의 추억을 자주 떠올리는거,

건망증, 입맛의 유턴현상...

저희 엄마 아빠 생각하면 딱 맞는 말인듯 해요.

초저녁이면 같이 tv보다 꾸벅꾸벅 졸면서 주무시고 새벽같이 일어나 뭔가 꼼지락 거리시는게...ㅋ

저두 요즘엔 인스턴스 식품보다는 구수한 된장이나 시레기국, 무말랭이,사골국,

짱아찌종류들 좋아지는거 보면 나이 먹고 있다는 증거인거죠^^

1950년 혼란스러운 시기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해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중태를 했고,

역시 문학도 답게 고등학교 졸업반 시험 앞두고 폭풍의 언덕이라는 책에 빠져 시험을 망쳤던 일화도,

초.중시절에도 심심할때면 늘 책을 손에 들고 다니셨으니

그 독서의 힘이 지금 이렇게 많은이 들에게 그의 책이 읽혀지고 있는듯 하네요.

전쟁도 겪고, 이산가족, 결혼할 무렵에 휴전이 되어 겪었던 일들...

노숙자들에 대한 견해, 내리막길을 내려오기 힘들어하는 정치인들에 관한 생각들도

작가의 시각에서 볼수 있었어요.

(p141)"가장 힘들 때 고통의 현장에서 부재하려는 남편들의 가출을 너무 동정하지 말았으면 싶다.

동정과 격려를 받아야 할 사람은 졸지에 생활고와 남편의 행방을 몰라

애간장이 마르는 이중고를 겪는 아내들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집나가 사는 노숙자분들...남편 기살리기란 기사를 보고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 놓으셨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필사해 봤어요.

어렸을적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까닭일까요?~

작가는 할아버지와 주위 친지들 얘기,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회상을

많이 하고 그리워 해요...그래서 꿈속에서 조차 자주 등장 한답니다.

다른 사람에겐 그리 무서웠던 할아버지가 내 앞에서는 늘 환하게 웃어주시고,칭찬해주시고,

장에 가면 선물 사오는걸 잊지 않으셨고, 명절도 구정에서 신정으로 바꿀 정도로( 작가는 서울에서

 학교 다녀서 방학에만 시골에 올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방학이 있는 신정으로 명절을 옮겼다 합니다)

특별히 할아버지 사랑이 많았던듯 해요.

그래서 늘 장에가신 할아버지를 기다린답니다.

작가는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에서 쭈욱 살다가 구리의 아치울 마을로 98년에 이사왔어요.

돌아가시기 전 2011까지 사셨으니...13년정도 노란집에 사셨네요.

지인에게 이 집을 처음 소개 받을때 부터 너무 좋아서 세를 주고도(그전에 집을 사놓고 사정상

전세를 몇년 놨답니다) 시간 날때마다 왔다갔다 하셨다니...

서울 생활 접고 노란집에 들어왔을때 얼마나 설레었을까...적잖이 상상이 가네요^^

책 곳곳에 노란집에 대한 사랑이 묻어 난답니다.

봄이면 집 마당에 피는 이름 모를 꽃들 수를 헤아리기, 살구나무, 상사초,낙우송에

관한 일화들은 너무 재미있어서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어요~

(p197)"그 나무는 가을에 갈색으로 단풍든 잎을 겨우내 달고 있다가 봄에, 이른 봄도 아니고,

봄이 무르익어 제 몸에서 새 잎이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올라야 할수 없이 잎을 떨군다.

...

그러니까 상록수도 아닌 주제에 일 년 내내 거의 한 번도 자신의 맨몸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수줍은 나무다.

잎을 떨구는 모습도 정말로 깃털처럼 섬세하고 가볍다."

낙우송은 잎이 질 때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답게 떨구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처음 낙우송의 이름이 왜 낙우송인지 몰랐을때는 왜 볼품 없이 겨우내 잎을

달고 있나 했던것이 그 뜻을 알고 나니 달리 보이더란 말이였어요.

책을 다읽고 난 후 주인을 잃은 노란집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정말 궁금해졌어요...

책속의 프로필 사진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지금도 살아계신듯, tv에서 보일듯,

신문에서도, 다른 작가의 책 서평에서도 볼수 있을것 처럼 독자인 저에게도 생생하네요.

노란집 정말 따뜻하게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우리 푹카페에서 지원 받은 책으로 서평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