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라푼젤을 떠올리면 탑안에 갇힌 소녀의 이미지만 생각이 난다.

어떻게해서 소녀가 탑안에 갇히게된것인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상추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던것으로 기억이 얼핏 나는데 그것이 라푼젤과 관련된

이야기인지는 잘모르겠다.[라푼젤]을 마지막으로 요조님이 출간한 모든 작품들을

드디어 다 읽었다. 내느낌상으로는 [퍼스트]가 제일 좋았는데 [라푼젤]같은 스타일의

글도 내취향에 잘맞는것 같아 거부감없이 작가님의 다음작품을 기다리게 되었다.

탑안에 갇혀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라푼젤의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소설 라푼젤에

나오는 우리의 경우에는 스스로 성을 쌓고 그안으로 들어가 생활하는것이 달랐다.

 

홍대에서 제법 이름을 알린 밴드 '라푼젤'의 여신 우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연약한

몸을 휘청이며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 흥분이 극에 달하고 사람들의 함성이 잦아들무렵

무대를 마치자마자 우리가 쏜살같이 달려간곳은 화장실이다. 주사기를 찔러넣기 위해

화장실을 찾은 우리는 당뇨병환자였다.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누나에게 집을 사서 이사를 한 이건은 집을 헐값에 산것은 좋았지만 이상한 단서조건이

붙어있어 의아하던차에 지하방세 세들어사는 우리를 보면서 잠깐 늦은 후회를 한다.

그렇다고 되돌리기엔 늦기도 늦었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던 잔디마당을

포기할수는 없었기에 우리에게 몇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는데

우리의 반응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다.

누군가를 우리의 성안에 들여놓고 이별을 경험하는것은 생각보다 아프고 별로라서

그냥 이대로 쭉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잘지내고 싶은 우리생각과는

다르게 이건은 계속 우리의 성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우형과의 관계를

질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전혀 다르지만 상처가 깊다는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와 우형과의 관계는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던간에 이성간의 감정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이건의 관심에 우리도 싫지않음을 표현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급진전을 하게된다. 서른이 넘도록 여자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않는 아들 이건이

걱정이 된 이건의 부모님은 이건에게 결혼을 재촉하는데 이건이 만나는 여자에

대해서 알게되자 걱정스러움이 먼저 앞선다. 이건의 아버님이 당뇨병환자라 어떤

불편을 겪어야하는지 곁에서 누구보다 지켜본 어머님은 그저 단한가지 건강한 아이를

바란것은 욕심이었는지 되묻지만 이건의마음은 확고해서 변할것 같지않다.

 

홍대의 클럽문화가 어떤것인지 경험해본적이 없어서 잘모르겠지만 책에서 표현하는

열기만큼은 알것같기도 하다. 혼자만의 성에 갇혀 살고자했던 우리는 이건을 만나

스스로의 성에서 걸어나와 함께사는 삶을 택했다. 요조님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번작품도 민망한 러브씬없이 잔잔하니 바람냄새 풀냄새가 나느듯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