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름다운 날에는 꽤 두꺼운 600페이지가 가까운 네권의 책으로 이뤄진 이야기다.

처음 네권이나 되는 로맨스소설을 굳이 읽어야하는 생각때문에 구입해서 읽기보다는

빌려서 읽을 마음을 먹었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사이트 저사이트에

있는 마일리지들을 모아서 이곳에서 한권 저곳에서 한권 또다른곳에서 또 두권~~

이런식으로 마치 동냥하듯이 긁어모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받아들자마자 읽기시작해서 재미있게 읽은지는 좀 됐는데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정리해야할런지 감이 잡히지않아서 리뷰를 올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우리아름다운날에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재와 서현이 우경과 하늘이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재미있었지만 내가 유독 관심을 가진 인물은 비중이 조연급에도 미치지못하는

이를테면 단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잠시의 등장만으로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인

그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쁜남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력적인 나쁜남자의

치명적인 매력말고 그야말로 정말 나쁜남자인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멋대로 읽고 내멋대로 느끼고 내멋대로 쓰는 이야기..

이렇게 그 아이를 나라도 잠시 기억해주고 싶었다.

 

~민지야 네가 그랬지?

이 신발을 신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고맙다, 난 네말을 믿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사는것이 단한번도 행복하지않았던 고통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은것이 익숙했던 아이

준서의 눈에 민지가 들어온것은 그렇지않아도 상처투성이인 준서의 인생에 더하나의

고통을 더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동질의 사람을 만난것같은 기쁨에 준서는 민지가

마냥 좋기만했다. 원하지않는 남자에 의해 원하지않는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도

그리고 그를 태어나게 만든 그남자에게도 준서는 사랑받지못하는 존재였다.

삶이 행복하지않던 준서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대상 하나가 바로 준서를 닮은 아이

민지였었다. 그러나 단한번도 사랑받지못했던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못했던 준서는

준서의 곁에서 어두움을 뚫고 빛의 세계로 나가려는 민지를 잡는 방법을 알지못했다.

준서에게서 벗어나려는 민지를 굴복시킬방법을 찾던 준서는 정말로 마지막 해서는 안될

최악의 방법을 찾았다. 민지에게 해하는 고통의 크기이상으로 준서 자신에게 고통이

찾아올것을 알면서도 준서는 끝내 그 선택을 되돌리지못했다.

준서를 옹호하고자하는것이 아니라 준서의 방법을 알았을때 설마설마 작가님이 끝까지

최악까지 준서를 몰것이라는 생각을 하지않았다. 설마 여기에서 멈추겠지,

그러나 그런 나의 기대를 배반하고 준서와 민지는 너무도 큰 상처를 입게된다.

준서가 살아있다는것이 민지의 삶에 고통을 더하는것이라는걸 알았을때 준서는 민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단하나의 선택을 하게된다. 되돌려줄수 없는 시간이지만

앞으로 민지가 살아가는 시간에는 준서로 인한 고통이 잦아들기를 바라면서

민지가 어디에든 갈 수 있을것이라고 선물해준 등산화를 신고 훨훨 날아간다..

 

이상한 일이다. 네권의 분량에 민지와 준서가 등장하는 부분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것도 아닌데 주인공인 서현이와 은재보다 이 아이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준서로 인해 날개가 꺽인 민지가 아프고 제마음을 그런식으로밖에 표현하지못했던

준서가 아프기만 하다. 아무것도 갖지못한 아이 준서에게 작가님이 민지만은

자리하게 해주셔도 좋을텐데, 이런 상처를 민지에게 주고 우경이 민지를 마음에 담는

설정으로까지 몰아가야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민지와 준서 그 아이들에게는 우리 아팠던 날에가 더 어울리는 말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