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노점상들이 즐비하던 시절도 있었던것 같은데 경기가 불황이라 그런지

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점상들의 수도 현저하게 줄어든것 같다. 몇발자국 떼지않아도

붕어빵이며 떡볶이 순대 타꼬야키 군고구마등 거리음식들이 사방에서 맛있는 냄새로

후각을 파고들며 유혹하곤 했었는데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 거리의 음식들은 이제 몇가지

남지않은것 같다. 서민들의 대표길거리 음식이라 불릴만한 붕어빵, 이전에는 잉어빵이라고

해서 엄청난 크기의 빵도 등장하더니 이제는 붕어도 큰붕어가 아니라 새끼붕어쯤되는지

크기도 작아지고 가격도 비싸지고해서 출출하다고 쉽게 손이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가도 어쩌다 한번 생각나서 붕어빵을 파는곳을 찾는데 눈에 보이지않으면

어쩐지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것이 참으로 간사한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풀빵이 어때서]는 성장소설인줄 알고 더군다나 붕어빵을 가업으로 잇겠다는 바람직한?

아들이 등장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얼른 집어들게 된 책인데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던 책이었다. 부자간에 오고가는 대화들이 정말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가 저렇게

멋이 없을까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다가오다가도 그안에서 흐르는 부정이 순간순간

느껴지면서 저런게 부자간의 정이라는 것일까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김학찬님의 이름이 생소해서 처음 보는 작가님인가 했는데 출간작을 살펴보니 눈에 익은

제목이 띈다. [상큼하진않지만]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이책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것을 느낀다. 길거리 음식의대표주자격인 붕어빵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풀빵의 변천사를 이끌어가는 타꼬야끼의 아들, 두사람의 승부는 어느쪽으로 기울어질까..

 

대학을 가는것이 일반화될정도로 너도나도 누구나 가는것이 대학이란 곳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점수가 모자란것도 아니고 적당한 곳을 고르면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에

갈수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학을 가지않고 붕어빵을 굽겠다는 나를 이해하기란 고3담임의

입장에서는 어렵고 난천한 일일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몇마디 말로는 내가 회유되지

않을것을 알았는지 담임은 붕어빵을 사들고 가며 잘살라는 말로 인사를 끝낸다.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는 붕어빵을 굽고 계셨고 나는 그런 아버지가 창피하지않았다.

옆에서 뻥튀기를 파는 아저씨를 부끄러한 철규와는 많이 다른 성격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철규는 뻥튀기의 뻥소리만 나와도 용수철처럼 튀어나갈 준비를 하였지만 나는 가정환경

조사서에도 아버지의 직업을 붕어빵장사라고 적을만큼 그런면에서는 담대한것 같았다.

처음부터 붕어빵 장사를 이어야한다거나 뭐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것은 아니고

그냥 정해진 수순처럼 붕어빵을 굽는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졸업하기전부터

붕어빵을 구웠고 그렇게 끝까지 아버지처럼 붕어빵의 명인쯤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군대에서 고문관으로 복무하면서 굽게된 붕어빵은 내인생의 방향을 살짝 틀어놓는다.

제대하고나서 "나 다시 돌아갈래"가 아니라 "나 이젠 붕어빵 안구워"를 외친후 아버지가

내민 여행경비를 들고 일본으로 떠났던 나는 그곳에서 붕어빵의 사촌격인 타꼬야끼를

만나게 된다. 붕어빵장사의 아들이 타꼬야끼를 만났으니 준비된 천재쯤된것 같다.

 

아버지와 타꼬야끼를 구우면서 만남은 잘 가지지않는 편이다. 그저 아무런 용건없이

툭툭 던지듯 하는 몇마디의 전화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중이다.

붕어빵을 배신하고 타꼬야끼를 굽는 내게 아버지는 모든것을 용서할테니 이제는 그만

붕어빵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회유를 굽히지않는 중이었고 나는 나대로 아버지에게

내가 구운 타꼬야끼를 드셔보면 그런말이 들어갈것이라는 응대를 하곤했다.

거리에서 제법 알려진 타꼬야끼를 굽는 내게 어느날 내기술을 배우겠다는 현지가 찾아오고

현지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간 나는 그곳에서 내 출생에 대한 비밀을 듣게된다.

도미빵의 출생의 비밀과 맞바꾼 내출생의 비밀이라니...

 

[풀빵이 어때서]는 시종일관 유쾌한 삶의 태도를 버리지않는다.

아버지가 아들인 나에게 사실은 네가 내 자식이 아니라 풇빵을 굽고있던 아버지에게

어느날 아낙이 맡기고 간 자식이라는것을 알려줄때에도 눈물콧물 흐르는 신파가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견주다가 한수 먼저 내미는 무협지를 보는듯하다. 먼저 공격된 아버지의

실력에 놀란 내가 사실은 붕어빵도 일본에서 건너온 도미빵에서 시작되었다는 수로

맞받아치는 상황은 서로의 검이 챙 부딪쳐서 한치도 물러서지않는 광경을 떠오르게한다.

그리고 그 출생의 비밀은 어둡지않게 넘어가며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조금씩 인정하게

되는것으로 마무리된다.어느새 날이 많이 차가워졌고 붕어빵 하나의 온기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