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내게도 열정과불안이 뒤엉킨 그 찬란하던 스무살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나라는 존재로 살수있었던 얼마되지 않는 시간들중에 가장 행복하고 아프고, 기쁨과 아픔이 절대적으로 공존하던 시기가 그때 스무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대해 나는 자신만만했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얼마나 약한지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싫은건 싫다고 말할수 있었던 나이,인생은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던 나이. 지나고보니 내가 그시기를 그 스무살을 건너왔구나.스무살 내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내가 사랑하긴 하지만 내가 닮고싶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스물을 넘어 서른을 지나 마흔이 되니 거울속에 비친 내얼굴에서 어느새 나라는 사람은 없어지고 아이들엄마,혹은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내모습에서 어린날 내눈에 보였던 엄마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물의 나는 마흔이란 꿈같은 나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쉽게 오지않을 시간들이라고 멀게만 생각하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것 같다. 그냥 눈앞에 주어진 현실에만 충실하며 살았다. 영원한 사랑을 믿었고 변치않을 우정을 믿었었다. 한걸음 쉬어가는 법을 몰랐고 보여지는 단면에 숨겨진 이면을 알고싶어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전부라고 알던 세계가 어느순간 힘없이 무너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그빛나던 스무살은 행복한만큼 아팠던 시간들,지금의 기억들을 온전히 가져간다면 모를까 다시 그 불완전한 시간들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스물에서 본 마흔은 참 먼 시간이었는데 마흔에서 본 스물은 얼마멀지 않은 시간들. 지나고보니 내가 그랬구나, 그시간들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난 모든 시간은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20대의 가장 큰 특권은 바로 실패할수 있는 자유다"라는 말에 많은 공감이 간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사람은 더 성숙해지는것도 사실인것 같다. 후년이면 딸아이가 스무살이 된다. 스무살, 그나이만으로도 빛나는 나이.나는 내 딸아이가 후회없이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을 후회없이 열심히 살길 바란다. 간혹 세상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아파할수도 있겠지만 그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추억들이 될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손을 대보지 않아도 뜨거운것을 알아볼수 있도록,나같은 경우에는 젊은날에는 어른들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내 딸아이의 경우에는 먼저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이 진심으로 말을 해주면 얻을것은 얻고 버릴것은 버릴수 있는 혜안을 기르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것에 두려움을 갖지않기를 바란다. 스물에 보던 세상도 아름다웠지만 한해두해 나이 들어가면서 마흔에 보는 세상은 또 다르게 아름다울수 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싶다.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빛나는 그 스무살을 열심히 살기를,그래서 그 스무살이 지났을때 돌아보아도 행복한 기억들이 많기를 바란다.